디지털 시대의 유언, ‘진심’만큼 중요한 ‘형식’ [김성우의 가사·상속법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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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리포트

디지털 시대의 유언, ‘진심’만큼 중요한 ‘형식’ [김성우의 가사·상속법 인사이트]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입력 : 2026.06.30 07:00

사진설명

화면 속 유언, 법적 효력 있을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간혹 죽음을 앞둔 주인공이 캠코더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마지막 인사를 녹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녹화된 영상은 대개 주인공이 죽고 한참이 지난 후 발견되거나 전달된다. 마지막 인사는 사랑의 고백일 때도 있고 단순히 어머니 잘 모시고 가족끼리 싸우지 말고 잘 살라는 정도의 유훈(遺訓)이나 덕담일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으로 유산 분배를 선언해둔다면 어떻게 될까?

요즘에는 동영상 촬영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누구나 들고 다니기 때문에 유언자의 영상이 그 음성과 함께 녹화되는 경우가 많다. 유언자가 자신의 유언을 스스로 촬영하기도 하고, 병상에서 임종을 앞둔 유언자의 진술이 제3자에 의하여 촬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영상은 유언으로서 효력이 있을까?

민법이 허용하는 다섯 가지 유언의 방식, 즉 자필증서, 비밀증서, 공정증서, 구수증서, 녹음 중에서, 스마트폰과 같은 녹화 장치로 촬영된 영상은 서류가 필요한 나머지 네 가지의 유언에는 해당될 수 없고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만 인정될 여지가 있다.

유언은 법에서 정한 엄격한 방식에 따라 행해질 것이 요구되는데, 그것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하고 혹시라도 있을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법에서 정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설령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무효가 된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스스로 유언의 취지 그리고 성명과 연월일을 직접 말해야 한다. 반드시 증인이 참여해서, 자신의 성명과 유언자의 유언이 정확하다고 말하는 것도 요구된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자칫 녹음 파일이 지워질 수 있고 변조가 쉽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글자를 모르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고, 유언자가 중병으로 서류를 작성하기 힘든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녹음 도구는 음향을 기록할 수 있으면 어떤 것이든 상관이 없다. 음향과 영상이 함께 기록되는 녹화도 당연히 가능하다.

[제미나이]

[제미나이]

스마트폰으로 녹화한 유언자의 진술에 위와 같은 내용이 모두 빠짐없이 녹음되어 있다면,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 인정받게 된다. 녹화 당시 유언자가 유언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상태에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 폐암 말기로 입원한 환자가 극심한 통증으로 진정 치료를 받으면서 산소호흡기까지 착용한 상태로 한 유언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이 있었다. 참석한 증인이 유언자의 말을 받아 적은 후 낭독했고, 변호사가 그 과정을 촬영했다. 유언자는 사흘 후 사망했다. 대법원은 유언자가 주도적으로 유언의 전체적인 내용과 성명, 연월일을 구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참가한 증인이 유언자의 유언의 정확함과 자신의 성명을 구술하지 않아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는 효력이 없다고 보았다. 다만 유언자가 당시 질병 등의 급박한 사유로 다른 유언의 방식을 채택하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유언의 내용을 받아 적게 하는 방식으로 하는 ‘구수증서 유언’의 효력은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스마트폰이나 캠코더와 같은 녹음, 녹화 장치를 이용하여 유언자, 중병으로 임종을 앞둔 사람, 치매 등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의 모습이나 말을 녹화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녹음에 의한 유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다른 방식으로 유언을 진행하면서 당시 유언자가 유언 능력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증명하기 위해서 또는 특정 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나 신분행위 당시 의사결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보강 증거로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견이나 상속, 재산행위나 신분행위의 유효성을 다투는 재판에 제출되는 영상은 변조 또는 편집의 가능성이 다른 영상에 비해 높다.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위와 같은 장면을 촬영해 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무언가 문제가 있거나, 향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방증한다. 그래서 법원에서는 그 원본 및 편집, 변조 여부에 대해 엄격한 심사가 이뤄진다.

아무튼 스마트폰을 이용한 유언 역시 사례에서 본 것처럼 증인의 진술 등 법에서 정한 녹음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빠짐없이 지켜야 한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단순히 혼자 상속의 의사를 녹화해서 남기는 방식으로는 유효한 유언이 될 수 없다.

가장 확실한 선택, 공정증서

추후 유언의 유효 여부를 두고 상속인을 포함한 관련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가장 좋다.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든다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 상태에 있다면 문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증인이 유언에 관여하기 때문에 요건이 갖춰지지 않을 우려가 적어 나중에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증서 보관까지 공증인이 맡아 주기 때문에 분실이나 위조 등의 위험이 없다는 것도 탁월한 장점이다.

유언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여러 방식의 장단점을 잘 비교해 자신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정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나중에 유언이 무효가 되거나 상속인들 사이에 불필요한 다툼 거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류분 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유언의 내용을 잘 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시대 변화 맞춘 전자유언을 향해

근래 유언과 관련된 법률과 제도 개선 논의가 각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나 목적에 맞지 않는 유언 방식에 관한 규정을 정비하고, 여러 나라에서 이미 선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자적 방식에 의한 유언제도나 유언증서의 등록, 보관, 통지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 등이 그것이다. 국민들이 자신의 사후에 대한 생각을 더 간편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고, 그 유언이 공정하고 확실하게 집행될 수 있는 유언 제도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우의 가사상속법 인사이트]는 가사·상속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실생활에 유용한 법률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전문법관 부장판사를 역임한 김성우 변호사는 현재 율촌 가사상속팀을 이끌며 100세 시대에 맞춘 종합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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