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크리스 마틴·조니 버클랜드·윌 챔피언·가이 베리맨)가 6일에 걸쳐 한국 팬들과의 진한 교감을 마쳤다. 8년 만에 내한한 이들의 공연은 매 회차 화제가 되며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콜드플레이'라는 우주 안에서 관객들은 자유를 만끽하며 하나가 됐고, 강인한 연대의 힘으로 뭉쳐진 무대 위아래의 에너지는 30만 관객들의 가슴에 뜨거운 인류애를 심었다.
◆ 자유·사랑·연대로 채워진 '콜드플레이'라는 우주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은 관객들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그의 "1, 2, 3" 구호에 맞춰 팬들은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가 높게 뛰어올랐고, '파라다이스'에서는 재치 있게 떼창을 유도했다. 최고의 히트곡 '비바 라 비다'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워어어어어"라고 노래했고, 크리스 마틴은 돌출 무대로 달려 나가며 팔을 힘껏 벌려 함성을 온몸으로 맞았다. '피플 오브 더 프라이드' 무대에서는 무지개색 천을 펼쳐 보이며 어떠한 경계도, 구분도, 제약도 없는 공간의 행복을 느끼게 해줬다.
콜드플레이는 종이 재질의 안경인 '문고글'을 제공했다. 문고글을 착용하고 조명을 바라보면 빛의 번짐이 하트 형상으로 구현됐다. 사방에서 하트 모양이 살아 움직이는 연출은 이번 공연의 핵심 메시지인 '사랑'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감정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냈다. 무대 상수 위쪽에는 'LOVE'라고 적힌 조그마한 깃발이 내내 바람에 펄럭였다. 사랑으로 꽉 찬 공간. 콜드플레이가 만든 새로운 세상, 또 하나의 우주였다.
관객과의 치밀한 소통은 연일 화제가 됐다. 많은 이들이 "인류애가 충전됐다"고 반응하는 대목이다. 크리스 마틴은 러시아에서 온 팬에게 "멀리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푸틴이 허락한다면 언젠가 보러 가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여성 관객을 남성으로 오해하는 실수를 하고는 재빨리 사과한 뒤 이후 해당 관객을 무대 위로 초대해 등에 번쩍 업는 특급 팬서비스를 선사했다.
콘서트 대기 중에는 스태프가 스탠딩석 관객들에게 배지를 나눠주는 이벤트로 지루함을 달랬다. 콜드플레이의 깜짝 티켓 선물도 화제가 됐다. 한 네티즌이 공연장 밖에서 노래를 따라부르며 즐기던 중 스태프로부터 "콜드플레이를 좋아하느냐"는 말을 듣고 "사랑한다"고 답하자 예매자에 '아티스트'라고 적힌 스탠딩 티켓 2장을 선물로 받았다며 인증샷을 올린 것. 해당 네티즌은 "인생 진짜 모를 일이다. 좋아하는 것을 꽉 붙잡고 살자"고 전했다.
이 밖에도 콜드플레이는 매 회차 10여명의 농인을 초대했다. 공연장의 리듬을 전달하는 '웨어러블 조끼'를 제공하고, 수어 통역사 세 명을 배치해 특별한 자리에서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 日 꺾고 팔찌 회수율 99%…이동 수단·거리 설문까지
콜드플레이는 환경 사랑에도 앞장서는 팀이다. 이들은 2016~2017년 진행한 월드투어에서 탄소 배출량이 250만톤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오자 충격을 받고 2019년 투어 중단을 선언했다.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콘서트'를 찾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2021년 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약속하며 투어를 재개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와 생분해성 종이 꽃가루를 사용해 공연을 진행했다. 무대도 재활용 강철을 포함해 가볍고 탄소 배출량이 적으며 재사용할 수 있는 소재를 조립해 사용했으며, 콘서트 티켓 한 장이 판매될 때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다.
내한 공연 현장에서는 콜드플레이의 노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전력에 도움이 되는 키네틱 플로어가 설치돼 그 위에서 관객들이 점프하면 해당 에너지가 다음 공연의 C스테이지를 가동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같은 방식으로 가동하는 '파워 바이크'도 설치돼 일부 관객들이 공연장 한편에서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객석 안으로는 플라스틱병에 담긴 생수의 반입이 금지됐다. 대신 멸균 종이 팩에 든 생수를 팔았고, 다회용 물병에 물을 담아 마실 수 있도록 워터 스테이션이 준비됐다.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꼽히는 건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LED 팔찌 회수'다. 응원봉처럼 원격 조정되는 자이로 밴드를 현장에서 나눠준 뒤 공연이 끝나면 반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콜드플레이는 나라별로 팔찌 회수율을 공개하며 경쟁을 붙이고 있는데, 이번 내한 공연에서 한국은 최고 회수율을 달성했다.
이번 공연 전까지 1위는 97%의 회수율을 기록한 일본 도쿄와 핀란드 헬싱키였다. 이에 팔찌 회수율을 두고 '한일전' 구도까지 펼쳐졌다. "분발하자"는 관객들의 목소리가 모이면서 지난 18일 공연에서 회수율이 98%를 기록했고, 이어 지난 24일 99%를 달성하며 콜드플레이 역대 월드투어 중 가장 높은 회수율을 보인 도시로 기록됐다.
공연이 끝난 뒤 예매 관객들에게는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콜드플레이가 여러분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으로, 공연 주최사 라이브네이션과 콜드플레이 측에서 진행하는 설문조사였다. 설문지를 통해 "팬 여러분의 이동 수단이 투어 전체 탄소 발자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냐"며 공연 회차와 왕복으로 이동한 거리, 이용한 교통 수단, 차량의 연료 방식, 차량에 탑승한 인원 수, 차량의 크기, 비행기의 좌석 등급 등에 관해 물었다. 이는 투어 발자국 분석에 쓰일 예정이다.
◆ 트와이스·BTS 진·로제…K팝 스타에도 빠졌다
K팝 스타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 회차에 걸쳐 그룹 트와이스가 게스트로 함께 했다. 본 공연 중 콜드플레이와 함께 '위 프레이(WE PRAY)'를 부르기도 했다. 싱어송라이터 엘리아나와 한로로도 일부 회차의 오프닝 공연을 꾸몄다. 공연 도중에 방탄소년단 진, 블랙핑크 로제가 무대에 올라 호흡하기도 했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대형 K팝 스타들의 등장에 "티켓값이 안 아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3일차 공연을 본 관객 A씨는 "콜드플레이를 보러 간 건데 방탄소년단 진까지 나와서 정말 좋은 추억이 됐다"며 "특히 트와이스는 사전 공연 시간이 길었는데, 보다가 팬이 됐다. 다음에는 트와이스 콘서트를 가보려고 알아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가수 지드래곤, 배우 정해인,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 배우 류준열, 공효진, 정려원 등이 공연장을 찾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