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나스닥 거래 개시와 동시에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식토큰이 해외에서 잇따라 출시됐다. 같은 하이닉스 주가를 좇지만 실제 주주권과 환매 방식, 배당 처리까지 제각각이다. 국내 대표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상품이 나흘 만에 200억원 넘게 거래됐지만, 국내에서는 상품의 법적 성격부터 판매·유통, 투자자 보호 기준까지 공백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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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거래되는 SK하이닉스 ADR 기초 토큰들 / 사진 = 코인마켓캡 |
14일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SK하이닉스 ADR을 기초로 발행된 주식토큰 3종의 누적 거래액은 1461만9305달러(약 218억원)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ADR 상장을 통해 나스닥에 입성했고, 같은 날 백팩증권과 엑스스톡스, 온도파이낸스가 관련 토큰을 내놨다.
백팩증권이 발행한 'SKHY'는 이 기간 1172만8171달러(약 175억원)가 거래되며 전체 거래액의 약 80%를 차지했다. 엑스스톡스의 'SKHYx'는 151만8924달러(약 22억7000만원), 온도파이낸스의 'SKHYon'은 137만2210달러(약 20억5000만원)어치 거래됐다.
바이낸스도 지난 13일 SK하이닉스 ADR을 기초로 한 토큰화 증권 'SKHYB' 거래를 시작했다. 바이낸스 계열사 비테크홀딩스가 미국 규제 수탁기관에 SK하이닉스 ADR을 보관한 뒤 이를 기초로 1대1 발행한 증서형 상품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ADR을 기반으로 발행된 주식토큰은 백팩의 SKHY, 엑스스톡스의 SKHYx, 온도의 SKHYon, 바이낸스의 SKHYB 등 4종으로 늘었다. ADR 가격을 추종하는 바이낸스 무기한선물까지 포함하면 SK하이닉스 주가에 연계된 해외 상품은 모두 5개다.
이들 상품은 SK하이닉스가 직접 발행하거나 승인한 것이 아니다. 해외 사업자가 시장에서 ADR을 매입해 보관한 뒤 이를 담보로 토큰이나 채무증서를 발행하는 구조다. SK하이닉스 ADR 1개는 국내 상장 보통주 0.1주에 해당하지만, 토큰 보유자가 곧바로 SK하이닉스 주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와 발행사에 상환을 청구하는 방식도 상품별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이 같이 주식과 채권 등 정형 금융자산을 기초로 한 토큰화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실물연계자산 분석 플랫폼 RWA.xyz에 따르면 14일 기준 토큰화 주식 시가총액은 18억7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로 한 달 전보다 22.5%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3억달러대에 머물렀던 시장이 올해 들어 가파르게 확대된 것이다.
국내 토큰증권 논의가 부동산·미술품·음원 등 비정형자산 조각투자에 집중된 사이 해외에서는 상장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등 기존 금융상품을 블록체인상에서 유통하는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주식까지 해외 사업자가 먼저 토큰화해 거래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문제는 국내 상장사 주식을 기반으로 한 토큰화 상품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규율할 기준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 토큰증권 관련 하위법규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는 조각투자 상품의 발행 기준과 장외거래시장 구조를 정비하는 데 집중돼 있다.
금융당국은 토큰화 주식도 명칭이나 발행 기술이 아닌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규율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엑스스톡스나 온도처럼 해외 사업자가 실제 주식을 확보한 뒤 별도의 토큰을 발행하는 상품을 신탁수익증권이나 채무증권, 파생결합증권 가운데 무엇으로 분류할지는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과세 역시 방향만 잡힌 상태다. 정부는 주식토큰을 가상자산이 아닌 증권으로 보고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적증서와 구조화채권 등 상품 구조가 다른 데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가는 거래를 파악할 인프라도 부족하다.
국내 토큰증권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는 국내 기업의 주식을 활용해 정형증권 토큰화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지만 국내 사업자는 관련 상품을 발행하거나 유통할 제도적 통로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발행 상품의 국내 판매·유통 기준과 투자자 보호 원칙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시장과 거래 데이터가 해외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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