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WGBI 삼킨 중동發 악재…기업 조달 CP 선호 이어질듯

2 weeks ago 2

WGBI 편입 개시에도 크레딧 금리 변동성 확대…'고공행진' 지속
중동 위기·환율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 영향
지표물인 국고채 불안 여파에 회사채(AA-) 3년물 4.09%대 마감
기업들 장기채 대신 단기물 선회…“당분간 짙은 관망세 지속”

  • 등록 2026-04-05 오전 8:20:06

    수정 2026-04-05 오전 8:20:06

이 기사는 2026년04월05일 06시2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매크로 불안이 시장을 덮치면서 크레딧 금리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일 장 마감 기준 금리는 소폭 하락하며 급등세가 일단 진정됐으나, 대외 불확실성이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WGBI 편입 효과를 억누르고 있다는 분석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조달 비용 부담을 느낀 기업들 역시 당분간 장기채 발행을 미루고, 기업어음(CP) 등 단기물 위주로 자금을 융통하며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종가 기준 우량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2.1bp(1bp=0.01%포인트) 하락한 4.093%를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3.747%), 20년물(3.694%), 30년물(3.630%) 등 초장기물 금리 역시 전일 대비 5~7bp가량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날 금리는 소폭 하향 조정됐으나,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WGBI 편입이 본격 개시된 지난 1일과 2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0bp나 급등하자 우량 회사채 3년물 금리 역시 4.11%대까지 치솟으며 동조화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편입 직후 발생한 가파른 상승분을 감안하면, 3일의 하락은 추세 전환보다는 급등에 따른 일시적 숨 고르기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의 조달 금리 산정에 지표 역할을 하는 국고채 금리가 WGBI 호재를 소화하기도 전에 대외 변수로 인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크레딧 시장의 축포 기대감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금리 변동성의 주된 배경으로 대외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를 지목하고 있다. 글로벌 금리 불안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악재가 짙어지면서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결국 매크로 변수에 따른 짙은 불안감이 당초 기대했던 WGBI 편입이라는 대형 호재를 희석하며 전반적인 시장 금리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크레딧 담당은 "유가 상승과 환율(FX) 등 매크로 지표가 악화하면서, 기관과 외국인의 회사채 등 국내 채권시장 투자 심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 상황"이라며 "이란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일시적인 금리 소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경계 태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달 비용을 낮추려던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중기물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름에 따라, 당분간 기업들은 무리하게 회사채를 발행하기보다 CP나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단기물 시장에서 대안을 찾으며 자금 수요를 채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단기물 시장은 장기물 구간에 집중된 매크로 충격을 비껴가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3일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3.11%,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2.82%로 전일 대비 변동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3년물 회사채(4.093%)와 91일물 CP(3.11%) 간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약 98bp에 달한다. 조달 비용에 민감한 기업 입장에서는 4%대 금리로 3년 이상 묶이는 회사채를 발행하기보다, 3% 초반의 단기물로 급한 불을 끈 뒤 시장 안정화 시점을 노리는 '우회 전략'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WGBI 편입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점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단기적으로는 매크로 악재로 금리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구조적인 자금 유입으로 국채 금리가 안정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들로서는 당장 장기물에 묶이기보다 단기물 중심의 조달 전략을 선호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는 11월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WGBI 편입은 채권 시장의 든든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할 전망이다. 추종 자금만 3조달러(약 4527조원)에 달하는 세계 3대 채권지수인 WGBI에 한국은 전체 9번째 규모인 2.08% 비중으로 편입된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연말까지 매월 평균 10조원가량의 막대한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라며 “반면 당장 중동 위기에 따른 환율·유가 상승과 금리 불안 등 대외 매크로 불확실성이 크레딧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진정되는 국면을 확인한 뒤 국내 시장 진입을 타진할 가능성이 커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들 입장에서도 대외 불안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장기채 발행보다 단기 조달에 의존하며 유기적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