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수입란 풀리자…"2천원 싼 미국산 샀다" vs "그래도 먹거리는 국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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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에 있는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개점 전부터 입구에 줄을 서 있던 고객 20여명이 마트 문이 열리자 일제히 계란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매대에 나란히 진열된 30구짜리 국내산 갈색란과 미국산 백색란은 2000원의 가격 차이가 났다. 일부 소비자들은 "싸긴 싸다"며 미국산 계란을 두 판씩 집어 카트에 담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산지를 살피며 직원에게 유통 과정 및 품질에 대해 질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치솟는 계란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들여온 미국산 수입란이 시장에 풀렸다. 국내산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으로 관심을 모이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가격을 중시하는 '실속파'와 품질을 우려하는 '신중파'로 반응이 나뉘고 있다.

계란값 고공행진에 미국산 신선란 투입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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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31일부터 '미국산 백색 신선란'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30구 기준 5990원으로, 이날 매대에 함께 진열된 국내산 '신선특란'(7990원)보다 약 25% 저렴하다. 마트 측은 최대한 많은 고객이 구매할 수 있도록 1인당 구매 수량을 최대 두 판으로 제한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지난달 초 미국산 신선란 224만개를 시범 수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부터 계란 가격이 뛴 데 이어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확산하자 수급 안정을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계란 한 판(특란 기준)의 평균 가격은 7080원으로 전년 동월(6386원) 대비 약 11% 올랐다.

전체 계약 물량 중 1차분인 112만개는 지난달 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와 주요 유통업체와 식자재 업체에 공급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수입 계란이 국내에 도착하면 먼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병해충 여부 등에 대한 동물 검역을 실시한다"며 "이후 aT가 지정한 전문 업체에서 입고 검증을 거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158종의 안전성 검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 신고가 수리되고 통관 절차까지 완료돼야 시장에 유통된다"고 덧붙였다.

"지갑 사정 우선" vs "품질 걱정"…엇갈린 소비자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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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대체로 수입란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날 미국산 계란 두 판을 구매한 60대 주부 유모 씨는 "가격이 싼 게 첫 번째"라며 "가족들에게도 미국산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봤는데 상관없다고 하더라. 예전에 수입란을 사용해본 적도 있는데 품질 차이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국산 선호' 경향이 강해 수입 계란이 신선도나 품질 측면에서 외면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 기준으로 떠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이틀간 마트에 배정된 1차 물량 3만6000판 가운데 약 2만판이 팔렸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60대 김모 씨는 "매대에 검역과 위생 검사를 철저히 마쳤다고 적혀 있어서 믿고 샀다. 물가가 비싸 좀 더 저렴한 제품을 택했다"고 했다.

반면 수입산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60대 주부 조모 씨는 "어른들만 먹는 것도 아니고 집에 아이들도 있어 국산 계란을 샀다. 수입란은 먹어본 적이 없기도 하고 신선도나 품질이 걱정돼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60대 주부 배모 씨 역시 "의류나 생활용품은 국산이냐 수입산이냐를 크게 따지지 않지만 식품만큼은 가능하면 국산을 고집하는 편"이라며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먹거리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점 찍은 계란값, 수입산 유통 소식에 하락세

계란 가격은 수입산이 풀리기 직전부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계란 한 판 가격은 지난달 28일 7201원에서 하루 만에 약 14%(6191원)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수입란 도입이 예고되자 설 명절을 앞두고 출하를 늦추던 물량이 한꺼번에 풀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 소비기한이 짧은 계란의 특성상 재고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향후 2차 수입 물량까지 시장에 공급될 경우 가격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국내산 계란 수급 여건도 양호한 상황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8200만마리로 전년 대비 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계란 생산량은 4900만개로 1% 감소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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