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展
김찬용 도슨트가 꼽는 감상 포인트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전시가 열리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그림을 유심히 감상하던 관객들이 설명을 듣고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친근하고 쉽게 예술 작품을 해설해 관객을 몰고 다니는 ‘전시장의 피리 부는 사나이’, 국내에서 ‘1호 전업 도슨트’로 불리는 김찬용 도슨트다.
그는 전시장 입구에 걸린 두 초상화를 SM과 JYP에 빗댄 뒤엔 “와인을 마실 때도 보디감과 드라이함 같은 차이를 즐기지 않느냐”며 “그림도 비교해서 감상하면 더 즐겁게 안목을 넓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막 열흘째인 25일 벌써 관객 2만 명이 다녀간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전은 월∼금요일 매일 3차례 무료 도슨트를 진행하고 있다. 큐레이터가 작품을 연구하고 나름의 맥락에 따라 전시장에 배치한다면, 도슨트는 그 맥락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전시 해설을 위해 누구보다 자주 전시장을 드나들었을 김 도슨트가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전의 감상 포인트 3가지를 짚어봤다.① 고급 뷔페처럼 골라 보는 맛: 이번 전시 출품작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소장품이다. 남아공은 쉽게 찾아가기엔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다. 그곳 미술관을 가기란 더욱 어렵다. 따라서 이번이 아니면 남아공 미술관 컬렉션을 만날 기회는 정말 쉽지 않다. 17세기 네덜란드부터 20세기 남아공까지 다양한 시기,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고급 뷔페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맛보듯 골라서 감상할 수 있다.
② 희귀 작품을 원화로 만날 기회: 전시장 입구에 있는 만치니나 볼디니는 미술사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니다. 국내에선 낯선 이름이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원화로 보기 힘들다. 이렇게 덜 알려졌지만 희귀한 작품들이 이번 전시엔 여럿이다. ‘오필리아’로 유명한 작가 존 에버렛 밀레이의 ‘한 땀 한 땀’도 독특하다. 밀레이는 ‘라파엘 전파(前派)’ 화가로 전성기에는 문학이나 중세의 낭만적 소재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비해 ‘한 땀 한 땀’은 후기 작품이라 산업혁명 시대 영국 노동자들의 일상을 스냅사진을 찍는 것처럼 표현해 매력적이다.
③ 400년 변천을 비교하는 경험: 만치니의 ‘필립스 부인 초상화’(1909년)와 앤디 워홀의 ‘요제프 보이스 초상’(1980년대)을 비교해 보자. 만치니의 초상이 의뢰인을 예쁘게 담아내려 노력했다면, 워홀은 자신이 선망하던 보이스에 대한 ‘리스펙트(존중)’를 담았다. 판화에 다이아몬드 가루까지 뿌렸을 정도다. 짧게는 80년부터 길게는 400년까지 인간이 무언가를 보고 표현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초점을 두고 감상하면 애호가로서 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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