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1년 동안 기다린 순간인데... '5이닝 72구 교체→9회 2사 블론' 16연패 탈출은 '또 다음 기회로' [고척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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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윤하(오른쪽)가 2일 6회초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준 뒤 교체되고 있다.키움 김윤하(오른쪽)가 2일 6회초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준 뒤 교체되고 있다.
키움 김윤하가 2일 롯데전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키움 김윤하가 2일 롯데전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어쩜 이리도 불운할 수 있을까. 더할 나위 없는 투구를 펼쳤지만 눈앞에서 승리가 사라졌다. 1년 넘게 승리를 기다려온 김윤하(20·키움 히어로즈)가 또 한 번 불운에 울었다.

김윤하는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2구를 던져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1실점 호투를 펼쳤으나 팀이 9회초 2-3 역전을 당하며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25일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무실점 호투로 데뷔 첫 승리를 챙긴 김윤하는 이후 승리의 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후 이날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26경기를 치렀으나 연패 탈출이 다시 한 번 무산됐다.

장충고를 거쳐 지난해 1라운드 신인으로 큰 기대 속에 데뷔한 김윤하는 본격적으로 선발로 자리매김한 지난 시즌 중반 이후부터 가능성을 보였다.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데뷔 첫 승리도 따냈고 꾸준히 5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올 시즌을 기대케 했다.

외국인 투수 1명으로 시즌을 맞은 키움에서 중책을 맡았다. 하영민이 2선발을 맡았고 2년차 김윤하에게 3선발의 막중한 역할이 부여됐다.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고 불운까지 겹치며 연패가 길어졌다.

꾸준히 기회를 잡았지만 연패가 거듭됐고 스스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지난 6월 KIA 타이거즈전에서 4이닝 동안 7피안타 5볼넷 5실점 부진을 보인 뒤 2군행 통보를 받았다. 2군에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하영민은 힘들어하는김윤하를 위해 "눈물 흘리지 마라. 앞으로 야구할 날이 엄청 많고 이번 같은 계기가 윤하에게는 나중에 정말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며 심리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복귀했다. 수비 실책이 겹치며 7실점하고도 자책점은 1점에 그쳤지만 피홈런 세 방을 내준 건 아쉬웠다. 다만 사사구가 하나에 불과했고 이를 바탕으로 투구수를 줄여 6이닝을 소화했다는 건 분명한 소득이었다.


최주환이 1회말 2사에서 우전 안타로 출루하고 있다.최주환이 1회말 2사에서 우전 안타로 출루하고 있다.
이주형이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이주형이 2타점 2루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키움은 전날 길었던 7연패를 끊어내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라울 알칸타라가 8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마무리 주승우를 제외한 불펜 투수를 아낀 것도 호재였다.

경기 전 설종진 감독 대행은 "개인적 생각으로는 팀도 7연패에서 탈출했고 윤하 연패 탈출을 위해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자고 할 것이다. 선수들도 어제처럼 집중력을 갖고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작이 좋았다. 1회부터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며 롯데 타자들을 손쉽게 돌려세웠다. 1회 장두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시작한 김윤하는 고승민에게 바깥쪽 직구, 손호영에게 낮게 떨어지는 커브로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1회말 일찌감치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했다. 2사에서 최주환이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갔고 루벤 카디네스가 좌전 안타로 무사 1,2루 밥상을 차렸다. 최근 부진에 빠져 있던 이주형이 결정타를 날렸다.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렸고 주자 2명이 홈을 파고 들었다.

2회와 3회에도 적극적으로 롯데 타자들을 공략하며 6연속 범타로 손쉽게 3이닝을 채웠다. 투구수도 44구에 불과했다. 4회 첫 위기를 맞았다. 선두 타자 장두성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 뒤 고승민에게 큰 낙폭의 커브로 삼진을 잡아냈지만 장두성의 2루 도루는 막아내지 못했다. 1사 2루에서 손호영의 강습 타구를 유격수 권혁빈이 잡아냈다. 집중력 높은 수비로 2루에 공을 뿌리며 더블아웃을 노리기도 했다. 빅터 레이예스의 우익수 방면 빠른 타구도 루벤 카디네스가 잘 잡아냈다.

5회에도 헛스윙 삼진 포함 삼자범퇴로 마친 김윤하의 투구수는 단 69구. 당연히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으나 선두 타자 한태양에게 좌전안타를 내주자 키움 벤치가 움직였다. 확실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있을 때 한 템포 빠르게 불펜을 가동해 리드를 지켜낸다는 계산이었다. 박윤성이 배턴을 넘겨 받았다.


김윤하가 6회초 무사에서 안타를 맞고 박윤성과 교체되고 있다.김윤하가 6회초 무사에서 안타를 맞고 박윤성과 교체되고 있다.
최주환(오른쪽)이 6회초 레이예스의 강습 타구를 잡아내 직접 베이스를 터치하고 있다.최주환(오른쪽)이 6회초 레이예스의 강습 타구를 잡아내 직접 베이스를 터치하고 있다.

박승욱에게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고 중앙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2루타가 됐다. 동점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면 김윤하의 승리 요건이 날아가는 위기 상황.

결국 다시 투수 교체에 나섰다. 박윤성 대신 조영건을 마운드에 올렸다. 행운과 함께 호수비가 김윤하를 도왔다. 고승민이 번트에 실패한 뒤 결국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다시 한 번 좌측으로 향한 강한 타구에 좌익수 임지열이 순간 중심을 잃었지만 잘 잡아냈다. 이번엔 최주환이 레이예스의 빠른 원바운드 타구를 낚아챘고 직접 1루를 밟으며 리드를 지켜내며 이닝을 마쳤다. 김윤하는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격려를 받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7회 조영건이 다시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낸 뒤 8회엔 원종현이 등판했다. 6회 1타점 추격의 적시타를 날렸던 박승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원종현은 장두성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장두성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9회엔 마무리 주승우가 등판했다. 선두 타자 고승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고 롯데는 대주자 황성빈을 투입했다. 손호영의 선택은 희생번트. 1사 2루에서 주승우가 레이예스와 마주했다. 힘 없이 높게 뜬공을 포수 김재현이 잡아냈다. 승리까지 남은 건 아웃카운트 단 하나. 윤동희와 승부에서 볼넷을 허용했다.

여기까지도 승리를 향한 기대감이 더 컸으나 2사 1,2루에서 대타로 나선 베테랑 전준우의 기싸움에서 고개를 숙였다. 주승우는 철저히 바깥쪽 승부를 펼쳤으나 전준우는 존으로 들어오는 공은 모두 커트해냈다. 결국 풀카운트 10구 승부까지 흘러갔고 주승우의 표정에선 던질 곳이 없다는 듯 답답함이 느껴졌다. 10번째 공도 존을 벗어나는 하이 패스트볼이었지만 전준우의 타구는 중견수 앞으로 흘러갔다. 김윤하의 승리가 날아가는 동점 실점. 또 다른 대타 김민성의 빗맞은 타구마저 우익수 앞에 떨어지며 결국 2-3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최고 시속 146㎞, 평균 143㎞의 직구를 51구 뿌렸고 커브(평균 119㎞)는 15구, 슬라이더(평균 135㎞) 5구, 포크볼(평균 129㎞) 1구를 섞었다. 결정구도 다양했고 그동안 문제로 지적받은 사사구도 없었다. 5회까지 나무랄 데 없는 투구를 펼쳤던 김윤하이기에 이날 결과는 더욱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주승우(왼쪽)가 9회초 전준우에게 동점타를 내주고 얼굴을 감싸쥐고 아쉬워하고 있다.주승우(왼쪽)가 9회초 전준우에게 동점타를 내주고 얼굴을 감싸쥐고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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