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넥슨이 야심차게 내놓은 가상자산 넥스페이스(NXPC) 가격이 1달러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넥스페이스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려면 넥슨의 블록체인 게임 '메이플스토리N'이 실적을 입증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규제 리스크, 인식 개선 등 블록체인 게임이 넘어야 할 한계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넥스페이스는 이날 오후 기준 전일 대비 약 2% 하락한 1.3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넥스페이스는 지난달 15일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잇달아 상장됐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도 같은 날 넥스페이스를 상장해 이목을 끌었다.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가상자산 중 출시 직후 바이낸스에 상장된 건 넥스페이스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넥스페이스가 상장 직후를 제외하면 좀처럼 상승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넥스페이스 가격은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에 상장한 지난달 15일 장중 한때 3.8달러를 돌파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1달러 초반대까지 주저 앉았다. 비트코인(BTC) 가격이 지난달 사상 처음 11만달러를 돌파하며 약 4개월만에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최근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넥슨 첫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서는 넥스페이스 가격 부진이 메이플스토리N의 게임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넥스페이스 기반의 메이플스토리N은 넥슨이 처음 내놓은 블록체인 게임이다. 지난해 베타 테스트를 거쳐 넥스페이스가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지난달 정식 출시됐지만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무엇보다 이용자의 투자수익률(ROI)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메이플스토리N이 현실과 게임을 잇는 순환경제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게 넥슨의 목표였다. 게임 기여도에 비례해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을 보상으로 제공하고, 이용자는 해당 보상을 넥스페이스로 환전해 현금화할 수 있는 'P2E(Play-to-Earn)'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넥슨이 넥스페이스, 메이플스토리N 등 자사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 '유니버스(Universe)'라는 이름을 붙인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있다.
강력한 팬덤을 갖춘 기존 메이플스토리 지식재산권(IP)을 그대로 활용한 만큼 기대감도 컸다. 넥스페이스가 출시 직후 바이낸스에 상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웹3 컨설팅 기업 INF크립토랩은 "메이플스토리 브랜드의 강력한 인지도는 (시장에서) 넥스페이스가 자연스럽게 큰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메이플스토리N은) 한국 주요 오피니언 리더(KOL)들의 향수를 자극했고, 그 결과 테스트 단계는 물론 출시 이후에도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넥슨 "알고리즘 긴급 조정"
하지만 P2E 게임의 본질인 이른바 '쌀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쌀먹은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뜻의 업계 은어다.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메이플스토리N 이용자가 통상 1시간당 벌 수 있는 금액은 원화 환산시 1000원 이하로, 올해 최저시급(1만 30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보상률을 대폭 높이려면 그만큼 게임 캐릭터 레벨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여기에도 비용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인풋(Input, 노력)과 아웃풋(Output, 보상) 간 균형이 맞지 않다는 의미다.
넥슨도 이같은 문제점을 모르는 건 아니다. 넥슨은 최근 메이플스토리N의 알고리즘 개선에 돌입했다. 이르면 이달 중 메이플스토리N 내 자산 가치 등을 조정하는 시스템 '리액터(Reactor)'도 출시한다. 황선영 넥스페이스 대표는 "이용자들의 높은 참여도로 예측보다 큰 변동성이 발생해 투자수익률이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게임 아이템 및 네소(NESO·게임 토큰) 공급량과 강화 비용 알고리즘을 긴급 조정하고 있고, 게임에 신속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플스토리N이 흥행에 성공하려면 투자수익률 외에도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인식 개선과 규제 리스크 해소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게임 생태계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헤비 게이머'에게 아직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는 게 한계로 꼽힌다. 세계 최대 게임 컨퍼런스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가 2023년 게임 개발자 약 2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봐도 응답자 75%는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국내에선 사행성 등을 이유로 P2E 게임이 금지돼 있다는 점도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웹3 게임은 월렛 생성, 토큰 환전 등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필요해 초기 진입장벽이 높다고 봐야 한다"며 "사용자경험(UX)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용자층 확장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내 7弗 돌파 가능성"
단 개선된 알고리즘이 게임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넥스페이스 가격이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가상자산 예측 플랫폼 텔레가온(Telegaon)은 넥스페이스 가격이 올해 7.46달러, 내년 13.42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시세 예측 사이트 크립토프레딕션에서도 올 연말 넥스페이스 가격 예측가는 4.2달러대를 기록했다.
블록체인 게임 산업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MRFR)에 따르면 글로벌 블록체인 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38억 7000만달러에서 약 10년 후인 2034년 621억 9000만달러로 16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약 36.1%에 달한다.
웹3 컨설팅업체 타이거리서치는 "웹3 게임은 초기 시장 부진에도 게임 산업과의 높은 시너지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안정적 생태계 구축, 합리적 토큰 경제 설계, 양질의 게임성 확보 등 3가지 핵심 과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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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