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 두 명이 관세 정책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관세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부상하며 정부효율부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을 향해 “벽돌 자루보다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나바로가 최근 CNBC방송에 출연해 “머스크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단순 조립업자다. 그는 값싼 외국산 부품을 원한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격이다. 나바로는 테슬라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대부분이 일본과 중국 등에서 수입된다고 비판했다. 머스크는 자동차 정보 사이트 켈리블루북이 2023년 테슬라 4개 모델을 ‘미국산 비율이 가장 높은 차’로 선정했다는 점을 들어 나바로의 주장을 반박했다.
지난 2일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나바로를 중심으로 한 ‘관세 강경파’와 머스크를 축으로 한 ‘관세 반대파’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관세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지난 5일 “미국과 유럽은 무관세 상태로 나아가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북미·유럽 자유무역지대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 주장을 폈다.
머스크 입장에 월스트리트 주요 인사도 동조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 강성 지지자로 알려진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은 최근 관세 정책과 관련해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다. 내 실수였다”고 밝혔다. 그는 “상호관세를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세계가 경제적 핵겨울에 직면할 것”이라며 관세 유예를 촉구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