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폭풍 피해 두더지처럼 지하생활 … 혹독한 화성살이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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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폭풍 피해 두더지처럼 지하생활 … 혹독한 화성살이 준비됐나

입력 : 2026.06.19 16:32

영하 60도, 산소 없는 행성
방사능에 토양엔 독성물질
식물 재배·가축 사육 난제
국제법상 누구의 땅도 아냐
소유권·자원분쟁 번질수도
'기회의 땅' 꿈에 부푼 인류
속도전 대신 장기전 접근을

영화 '토탈 리콜'의 한 장면. '토탈 리콜'은 화성 식민지를 배경으로 산소마저 배급·통제되는 척박한 이주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 '토탈 리콜'의 한 장면. '토탈 리콜'은 화성 식민지를 배경으로 산소마저 배급·통제되는 척박한 이주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화성에 도착했다고 가정해보자.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 붉은 모래 위에 세워진 이곳 에덴동산에선 전쟁소식도 층간소음도 들리지 않을 것만 같다. 집은 이미 지구에서 샀다. 전 재산을 털었고 대출까지 꼈다. 화성역 초역세권에 지구행 셔틀까지 10분. 대만족이다.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문이 안 열려서도, 산소가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더 공포스러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등기'를 칠 수가 없는 것이다. 계약서를 꺼내 다시 본다. 깨알 같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여긴 국제법상 공유지라서, 누구의 땅도 될 수 없다는. 극단적으로 과장해본 시나리오이지만, 현행 국제법으로 보면 완전히 허튼 말장난도 아니다.

모두가 화성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시대, 그 솜사탕 같은 상상을 부숴버리는 신간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이 출간됐다. 해수면이 10m 상승한 지구라도 화성보다 낫다는 전제하에 화성으로의 푸른 꿈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류의 꿈 자체를 '헛소리'로 몰아세우는 건 아니고, 더 깊은 검토 위에서 장기 프로젝트로 남겨 놔야 함을 주장한다.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잭 와이너스미스.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음 지웅배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만9800원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잭 와이너스미스.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음 지웅배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만9800원

스페이스X는 2020년 "지구의 정부는 화성에서의 활동에 대해 어떤 주권이나 권리를 가질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때 일론 머스크 지지자들은 환영했지만, 국제조약에 따르면 이미 화성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유지다. '지구 정부'는 화성 활동에 대해 권한을 가지며, 이말은 곧 '간다고 해서 내 땅이 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주법이 1970년대 이후 업데이트된 적이 없는 낡은 유물이라 해도, 태양계 전체가 공유지이니 토지든 자원이든 개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음은 엄연한 사실이다.

부동산 등기 문제는 상호 합의하에 바꾸면 되는 사소한 쟁점이라고 치자. 그런데 화성이라는 땅에 거주지를 짓는다는 것부터가 불가능에 가깝다. 화성 지면의 평균온도는 -60도이고, 호흡 가능한 공기도 없으니 숨 쉴 공기도 배급받아야 한다. 게다가 화성은 행성 전체가 독성 먼지로 뒤덮여 있다.

나사(NASA)의 비행의학 책임자로 일했던 제임스 로건의 말처럼, 인간이 달에 살게 된다면 개미나 지렁이, 두더지처럼 지하에서 살아야 한다. 화성 이주민의 선택지는 지하뿐이다. 이때 지하로 뻗은 동굴 같은 빈 공간은 투자가치가 높은 '노른자 땅'이 될 순 있겠다. 건설비용이 절감되고, 입구에 에어록을 설치한 뒤 내부에 압력을 걸면 공간 전체를 거주지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개인 문제를 넘어 국가 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햇빛이 조금이라도 더 드는 태양권, 얼음 매장지가 가까운 수권, 지구와 교신이 가능한 안테나권 등 좋은 조건을 차지하려는 쟁투이기 때문이다.

공간을 확보한 뒤의 식량 문제는 더 큰 난제다. 책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지구 인구는 8000만명 증가했다. 이를 토대로 추산해보면,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자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선 '하루에 22만명'을 화성으로 보내야 한다. 일론 머스크 계획대로 100만명이 사는 도시로만 가정하더라도 식량 문제는 복잡하다. 동물이 커질수록 사료를 많이 먹으니 거대한 소나 돼지는 영순위로 탈락이고, 닭 정도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가장 만만한 단백질 공급원은 곤충일 텐데 '귀뚜라미 단백질바'나 '밀웜 튀김'이 혀끝의 욕망을 충족시킬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식물은? 화성 토양을 모사한 환경에서 식물 재배에 성공했다는 최근 뉴스를 저자들은 인용한다. 하지만 책은 '모사된 화성 토양'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는다. 화성에 가득한 독성 물질인 과염소산염은 모사 토양에 있지도 않고, 방사능이 식물 생장에 끼칠 영향도 무시됐다. 먼지 폭풍이 일상이니 인공 조명을 써야 하는데 수십수백 만명을 먹일 식량을 대량 재배하는 일은 단지 한 뼘짜리 실험용 화분 키우기와 차원이 다르다.

돌이켜보면, 우주를 향한 원대한 꿈은 "우주의 자원이 우리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시작됐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새롭게 발견된 부(富)가 구성원 모두에게 고르게 배분될 리도 만무하다.

대변은 지구에선 '처리해야 할 혐오물'에 불과하지만 화성에선 엄청난 자원으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기술이 시장성을 갖고 개발된 적이 없음을 책은 질문한다. 또 화성에서의 출산과 사망은 또 다른 고민을 인류에게 안겨준다. 우주 태아의 정상적인 성장은 확인된 바 없고, 사망 시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건이다.

책은 화성 진출 자체를 무용한 시도라고 보진 않는다. 다만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속도전이어선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마션'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저자 앤디 위어는 이 책을 두고 "과학책이 이렇게 미친 듯이 재밌다니!"라고, 뉴욕타임스는 "건방지면서도 치밀하다"고 평했다. 영국 가디언 추천도서이자 휴고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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