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GDP 띄우는 신현송…금리 눈높이 높아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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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이후 명목 성장률, 첫 반도체 호황기 수준 넘어
신현송 "실질뿐 아니라 명목 GDP도 함께 봐야“
증권가 "금리인상 명분 강화"…명목 성장률 18% 전망도
중립금리 재평가 가능성…"AI 생산성 확산이 관건"

  • 등록 2026-07-15 오전 5:00:03

    수정 2026-07-15 오전 5:00:03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이번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이 최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잇따라 강조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인공지능(AI) 수요발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가 크게 성장하며 기준금리 인상은 물론 장기적으로 ‘적정 금리(중립금리)’ 자체가 이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실질만으론 부족”…한은이 명목 GDP 주목한 이유

14일 한은 경제통계시스템(ECOS) 등에 따르면 AI 반도체 호황이 본격화한 2023년 이후 현재까지 한국의 평균 명목 GDP 성장률은 9.3%로 집계됐다. 첫 반도체 호황기였던 2003~2007년 평균(7.1%)보다 높은 수준이다. 저성장 국면이 이어졌던 2011~2019년 평균(4.3%)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다.

특히 올해 명목 GDP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올 1분기 명목 GDP는 전 분기 대비 10.5%,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했다. 명목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를 넘긴 건 1차 오일쇼크 이후 경기 회복 국면에 있던 1976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물가 영향을 제외한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하는 데 그쳤다.

명목 GDP는 물가 변동을 포함한 경제 규모를, 실질 GDP는 물가를 제외한 실제 생산 증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국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를 예로 들면 실질 GDP에는 반도체 생산량 증가만이 반영된다면, 명목 GDP는 반도체 가격 상승까지 적용한 경제 규모를 보여준다. 평소에는 두 지표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최근에는 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출 가격이 급등하면서 명목 성장률이 실질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신 총재가 최근 명목 GDP를 거듭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신 총재는 지난달 “거시경제학에서는 명목 GDP보다 실질 GDP를 보자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요즘 같은 경우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실질 GDP뿐 아니라 명목 GDP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장기성장률을 끌어올린다면 낮은 성장률과 낮은 중립금리에 대한 시각도 달라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총재가 최근 명목 GDP를 잇달아 언급한 것도 그만큼 통화정책 판단에서 명목 성장의 의미가 커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명목 GDP 띄우는 신현송…금리 눈높이 높아질듯

명목 성장의 힘…금리 셈법도 달라질까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인한 높은 명목 성장률이 통화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명목 성장세 확대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논리를 뒷받침한다”고 “명목 성장세가 높았던 시기에는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2022년 전후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수준은 3.5%, 2010년 전후에는 3.25%였지만, 명목 성장세가 강했던 2000년대 중후반에는 5.25%까지 올라갔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명목 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높이고 있다. 씨티는 올해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6%에서 15.3%로 상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는 올해 명목 성장률을 18.4%까지 내다봤다.

이 같은 명목 성장세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최근 국회 제출 자료에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비해 반도체 공급 증가 속도가 더디다며, 글로벌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적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2분기에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 이익이 늘어나면 법인세와 투자, 임금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명목 GDP를 계속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명목 성장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보기보다 추세적인 흐름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명목 성장률 상승으로 중립금리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명목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면 한은도 과거보다 더 매파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잠재성장률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실질 중립금리도 이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시장이 바라보는 중립금리 수준은 높아진 것은 맞지만, 반도체 호황이 일시적일 수 있는 만큼 구조적으로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은 관계자는 “중립금리는 긴 시계에서 봐야 한다”며 “AI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비로소 중립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호황이 다른 산업과 소득, 투자로 얼마나 확산되는지가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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