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윤석열 부부·명태균 사이 순차적·암묵적 의사 합치”
정치기반 부족했던 尹…법원 “추가 여론조사 필요했다” 판단
또 당시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윤 전 대통령으로선 당내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에 경쟁 상황 속에서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제공받을 만한 유인이 충분했다고 봤다.
김건희, 명태균에 “해결방법 모색해야”…의사합치 정황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전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1396만 3600원의 추징을 명령했다.함께 기소된 명 씨에 대해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명 씨로부터 제공받은 여론조사 중 14회(비용 합계 2792만 7200원)를 유죄로 봤다.
판결문에는 재판부가 세 사람 관계를 암묵적 의사 합치로 판단한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판결문에 따르면 명 씨는 2021년 7월 2일 김 여사에게 “이번 선거에서 꼭 이겨야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습니다. 안 그러면 모두 죽습니다”라며 “제 모든 능력을 다해서 윤 총장님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김 여사가 당시 홍준표 후보와의 경선을 우려하며 “이당 1후보는 반드시 되어야 합니다”라고 하자 명 씨가 “네, 그렇게 만들겠습니다”라고 했고, 이에 김 여사는 “네, 제발요”라고 답하기도 했다.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를 언급하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묻기도 했다. 김 여사는 명 씨에게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를 보내면서 “어떡하죠” “이 정도는 너무 심한데”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명 씨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여기(여론조사 기관)는 친여 성향”이라고 했다.
김 여사는 또 “제가 남편 지지율에 큰 방해가 되네요”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대화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김 여사가 수동적으로 받기만 했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정황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명 씨가 여론조사의 응답자 수를 허위로 부풀리도록 지시하면서 “여성을 따블로 올려야 되겠네?” “한 2000개 만들라” 등의 구체적인 육성 지시를 한 통화 내역도 판결문에 담겼다.재판부는 이같은 행위가 여론을 왜곡시키고 대선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尹 “김영선이 좀 해줘야 된다”…공천 영향력 행사 판단
윤 전 대통령이 명 씨 부탁으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판결문에 담겼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명 씨에게 전화를 걸어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야 된다’고 그랬는데”라며 “하여튼 상현이한테는 한 번 더 얘기해 놓을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했다.다만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를 제공받을 당시부터 김 전 의원 공천을 약속한 사실관계까지 단정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14번의 여론조사는 윤석열 부부 측이 비용을 부담했어야 했지만 명 씨가 비용을 대신 부담해 조사비만큼의 경제적 이익이 윤석열 부부에게 귀속됐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가 명 씨를 처음 만난 2021년 6월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는데, 재판부는 이를 거론하며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내부에 지지 기반을 갖추지 못해 대선 후보로 선출되려면 경쟁자보다 높은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주를 통해 “윤석열이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할 쯤부터 실시된 여러 번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당히 높게 나왔다”며 “이는 대선 출마 의사를 갖게 된 큰 유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 윤석열과 당내 다른 후보의 대선 적합도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팽팽한 경쟁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부부가 추가적으로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제공받기로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부연했다.
윤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에 상당히 민감했다는 명 씨의 법정 증언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명 씨는 앞서 김 여사 사건 1심에 증인으로 나와 “윤 전 대통령은 그때 인기로 해서 올라간 사람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상당히 민감했다”고 했다. 이어 “이분(윤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저한테 ‘왜 각 여론조사가 이렇게 차이가 납니까’라고 물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근거로 “피고인 윤석열은 김건희와 공모하여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피고인 명태균으로부터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며 “피고인 명태균도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피고인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했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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