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고객에게는 철문, 해커에게는 뒷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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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등록 2026-10-21 오전 5:00:03 수정 2026-10-21 오전 5:00:03 가 가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금융거래를 하려는 고객에게는 인증과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거듭 요구하면서 정작 고객정보를 보관한 금융회사의 시스템은 매번 뚫린다. 최근 금융권의 연쇄 정보 유출 사고가 드러낸 역설이다. 소비자는 보안을 이유로 각종 불편을 감수하지만 사고가 터지면 비밀번호 변경과 추가 인증을 다시 요구받는다. 이번 사고를 ‘인공지능(AI)이 너무 강력해졌다’는 이야기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AI는 취약점을 찾거나 반복 공격을 수행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허용되지 않은 사람이 고객정보를 조회하지 못하도록 막는 책임은 금융회사에 있다. 로그인 여부만 확인해서도 부족하다.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해당 사용자가 해당 고객정보를 볼 권한이 있는지 서버에서 검증해야 한다. 고객에게 복잡한 인증을 요구하면서 회사의 조회 서비스에서 권한 검증을 놓쳤다면 보안의 무게중심이 잘못 놓인 것이다. 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금융 보안은 주로 자신의 기기에 설치하는 프로그램과 반복 인증이다. 이들 수단이 모두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악성코드나 계정 탈취 등 특정 위험을 줄이는 기능은 필요하다. 문제는 고객 단말기 보호와 금융회사 서버 보호를 혼동하는 데 있다. 고객 PC에 프로그램을 여러 개 설치해도 은행 서버의 인증 우회, 접근권한 오류, 과도한 개인정보 조회를 대신 해결할 수는 없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소비자 인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대응부터 꺼내서는 안 된다. 먼저 어디가 뚫렸는지 확인하고 해당 경로를 막아야 한다. 금융회사의 설계 결함을 고객의 추가 인증으로 보완하려 하면 불편만 커질 수 있다. 보안은 소비자에게 책임을 이전하는 명분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신뢰를 제공하기 위한 기능이어야 한다. 소비자 불편도 경제적 비용이다. 설치와 업데이트에 걸린 시간, 프로그램 충돌로 거래를 다시 시도하는 부담, 인증에 막혀 창구를 방문하는 비용은 금리나 수수료에 드러나지 않는다. 디지털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게 반복 인증은 거래 포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융 보안의 효과를 평가할 때는 침해 차단뿐 아니라 정상 고객의 이용 실패와 추가 부담도 함께 살펴야 한다. 한국의 금융 접근성이 세계 최하위라는 단정 없이도 이러한 비용을 줄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미국 연방 금융기관 검사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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