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근접한 세계' 출간한 소설가 김연수
광화문 교보문고서 낭독회
日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와
'윤리적 딜레마' 주제로 공저
"이해 못할 선택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 나를 사로잡아"
'소설가'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소설가가 있다. 한계를 밀어젖히고, 어떤 도달점을 넘어선 작가들. 존재가 이름이라는 기호의 범주를 초과해버릴 때 소설가 이상의 소설가가 발생한다.
한국에선 누굴까. 적잖은 이름이 어른거리지만 '김연수'는 분명한 한 명일 것이다. 그는 늘 새 소설을 쓸 때마다 소설의 높이를 다시 정의하곤 했다.
한국 대표 작가 김연수와,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일본 대표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신작 '근접한 세계'를 함께 출간했다. 두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를 직접 정하고 각자가 길어 올린 세상을 한 권으로 꿰맨 책이다. 지난 29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근접한 세계 낭독회에서 김연수 작가를 만났다.
이날 낭독회에는 독자 100여 명이 교보문고 랜드마크 카우리테이블 객석을 가득 채웠고, 히라노 작가는 영상으로 인사했다.
"히라노 작가의 제안으로 주제를 '윤리적 딜레마'로 정했어요. 제가 쓴 모든 소설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을 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일 거예요.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에 대해 써보고자 했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손동하'라는 한 폭로자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 속에서 기자인 화자는 대통령 친인척 국정개입 사건에 연루된 뒤 일본으로 떠난 손동하를 오사카 현지에서 인터뷰한다. 손동하는 죽음을 결심했다가 살기로 하고, 대신 폭로 이후의 파산과 구속까지 결심한 상태다. 계엄, 탄핵, 파면 등 정치소설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소설은 정치를 배경화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 이면에서 손동하가 걸어온 삶과 '딜레마'를 전면화한다.
이를테면 '한 인간이 끝내 어떤 선택을 감당하기로 하는 순간의 동기'가 작품의 주제다.
"고민되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때는,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동하는 상식적이지 않은 선택을 했지만 그의 인생 전체를 보면 가장 상식적인 선택인 것으로 그려지거든요. 이 소설을 쓴 이유는 이 길을 가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 길을 가는 사람들, 그런 주제가 저를 사로잡기 때문이에요."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언제나 정답을 알기 때문에 쓴 결과물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과 같았다. 과거 소설도 그러했다.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는 선택('밤은 노래한다'), 타인의 진실을 밝히고자 자기 인생 경로를 꺾는 선택('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비극의 실마리를 끝내 놓치지 않으려는 선택('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등은 다른 인물과 다른 시대를 배경 삼지만 실은 같은 질문이었다.
"이해가 안 되면 소설을 썼어요. 기꺼이 죽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선택에 대한 답을 저는 모릅니다. 왜 쓰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 쓰고 나면 몇 년 뒤에 알게 되리라는 건 알고 있어요. 이번 책의 주제인 '윤리적 딜레마'도 옳고 그름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윤리, 이전의 윤리를 뛰어넘는 윤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썼어요."
김연수 작가의 작품과 거울처럼 마주 보는 히라노 작가의 소설은, 한 큐레이터 가스미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이 평생 존경했고 연구했던 사진작가의 작품을 정리하다가 세상에 밝혀져선 안 되는 사진을 발견한다. 가스미는 '폭로해야 하는가, 덮어야 하는가'의 딜레마에 빠진다. 선택하는 순간 자신까지도 무너지고, 선택하지 않으면 자신 역시 연루자로 남기 때문이다.
"히라노 작가의 소설은 형식에 주목하며 감탄했어요. 가스미 내면의 번민보다, 외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데, 작가가 판단을 내리지 않고 독자에게 넘겨주고 있거든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한 엄청난 형식이었구나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김연수 작가는 1993년 시를, 1994년 소설을 발표·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30년도 훌쩍 넘은 소설가로서의 삶, 그는 소설의 역할, 책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는 누가 살았던 길을 반복해서 사는 것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누군가의 과거는 나의 미래가 되기도 합니다. 그 사람이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를 알면 판단이 쉬워지니까요. 그게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주어지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작가의 책 '근접한 세계'는 교보문고 출판 브랜드 북다의 '크로스' 시리즈로 출간됐으며 다음 책에선 '고래'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천명관 소설가와 대만의 천쓰홍이 협업한다.
이날 낭독회 사회를 맡은 박인성 문학평론가가 낭독회 말미에 "지금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꼭 함께 협업하고 싶은 작가가 누구인지"를 묻자 김연수 작가는 '혜초'라고 답했다. 탄성이 터졌다. "혜초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고 열네 살 때 인도로 갔어요. 도대체 그 어린 나이에 무슨 일을 겪었길래 인도까지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만약 시간을 초월할 수 있다면 이분과 여행하면서 같이 소설을 쓰면 좋겠어요."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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