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거주한 서울 평창동 생가
종로구가 사들여 기념관으로 조성
그림 작업 공간-서재 등 완벽 재현
작품 2609점 들여와 5월 말에 개방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창열 화가의 집’ 준공 기념 현장설명회에서 장남 김시몽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공간을 소개했다. ‘물방울 화가’로 불리는 고 김창열 화백의 옛 자택 작업실에는 붓과 물감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화백이 조금 전까지 작업을 하다 자리를 비운 듯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김 화백이 1989년부터 2021년 별세할 때까지 약 30여 년간 머물며 작품 활동을 이어온 공간이다. 종로구는 해당 주택을 유족으로부터 매입한 뒤 1년여간의 공사를 거쳐 기념관으로 재탄생시켰다.
● 화백의 옛 자택이 전시공간으로
종로구는 화백 별세 후 문화유산으로서 화백 자택의 보존과 예술 자산 활용을 위해 유족을 설득해 자택을 매입했다. 이어 기념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자택 리모델링은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을 설계한 최수연 플랫폼 건축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최 대표는 “화백이 머물던 공간의 공기와 분위기까지 재현하기 위해 공사 전 3차원(3D)으로 기록하고 최대한 원형을 살렸다”고 말했다.
시설은 연면적 511.96m2 규모로 지하 2층, 지상 2층으로 구성됐다. 2층에는 카페와 매표소, 1층에는 전시실이 들어섰다. 지하 1층은 수장고, 지하 2층은 작업실과 서재로 꾸며졌다. 전시공간이 된 집안 곳곳에서는 김 화백의 생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지상 2층 입구에서 굽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건물 가장 깊은 지하 2층에 아뜰리에가 자리한다. 이젤 옆에는 크기와 용도가 다른 수십 개의 붓이 꽂혀 있고, 팔레트 위에는 짜놓은 유화 물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김 화백이 그림을 그리던 공간을 재현한 것이다. 지하 2층 한쪽 서재에는 수백 권의 미술 관련 책 등이 빼곡히 꽂혀 있다. 책상 위에는 연적과 먹, 돋보기, 노트, 다기 세트 등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이 그대로 놓여 있다. 안락의자에는 화백 대신 그의 상반신 흑백 사진이 자리했다.
● 5월 말 시민 개방
작가의 생전 작업 환경만 재현된 것은 아니다. 이곳은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과 함께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향후 유족이 기증한 작품 390점을 포함해 총 2609점의 자료가 전시된다. 2016년 석판화 ‘회귀’, 1980년대 작품 ‘무제’ 등 유명 작품들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김창열 화가의 집’은 전시 준비를 마친 뒤 5월 말 일반에 공개된다. 평창동 북한산 자락 깊숙한 곳에 위치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종로구는 광화문역과 종로구 주요 미술관, 이곳을 잇는 ‘종로아트버스’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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