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월 17일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 동결로 끝났다. 기준금리 목표 범위는 연 3.50~3.75%로 유지됐고 표결은 12대0이었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였지만 시장은 곧바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했다. FOMC 직후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22%까지 올라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상승 폭은 0.17%포인트였다. 달러도 주요 통화 대비 약 1% 올랐다. 2년물 국채금리는 향후 1~2년의 기준금리 경로를 빠르게 반영하는 지표다. 기준금리를 유지한 날 2년물 국채금리와 달러가 함께 오른 것은 시장이 다음 몇 차례 FOMC에서 금리 인하보다 인상 가능성을 더 크게 봤다는 뜻이다.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큰 방향은 나왔지만 문제는 시점이다. 과연 ‘언제’올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워시 의장은 금리 인상 일정을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 부분을 더욱 궁금해하고 있다.
6월 경제전망요약(SEP)에는 연준 위원 18명의 전망이 담겼지만 의장의 전망은 빠졌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나는 금리 전망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내게 점도표는 정책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전망을 내놨으면 ‘언제’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지만 그가 이를 거부함에 따라 시장 예측은 분분하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가 11월로 예정돼 있어 금리 인상이 선거 전에 단행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남았다.
워시 의장의 선택은 제롬 파월 전 의장 체제와 달랐다. 파월 체제에서 시장은 성명서와 점도표,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 금리 경로를 추정했다. 워시 의장은 첫 회의에서 ‘포워드 가이던스(기준금리 선제 안내)’를 빼버렸고 본인의 금리 전망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워시 의장은 연준 운영 방식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점도표 공개와 대차대조표 운용, 데이터 활용, 물가 대응 기준은 모두 태스크포스(TF) 검토 대상에 올랐다. 검토는 몇 주 안에 시작해 대부분 연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결국 첫 FOMC에서 확인된 변화는 금리 자체보다 연준이 시장에 정보를 주는 방식이었다. 시장은 SEP을 보고 인상 가능성을 반영했지만 의장은 금리 인상 시점과 폭을 밝히지 않았다. 금리 인상 가능성은 커졌고, 그 가능성을 설명하는 연준의 방식은 연말까지 검토 대상이 됐다.
금리 인하 기대 불식한 ‘매파적 동결’
이번 FOMC는 표결만 보면 큰 변화는 예고되지 않았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였고 반대표도 없었다. 은행권에 충분한 지급준비금을 두고 단기금리를 관리하는 현행 체제도 유지됐다. 달라진 것은 성명서 표현이었다. 워시 의장은 “오늘 성명서는 조금 더 짧고 단순하며 일부 불필요한 문구를 덜어냈다”면서 “현재 정책 환경에 맞지 않는 포워드 가이던스 또한 제외했다”고 밝혔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연준이 다음 정책 방향을 시장에 미리 알려주는 표현이다. 금리를 내릴 조건이나 다음 회의에서 살필 지표를 제시해 시장이 다음 금리 결정을 예상하게 해온 문장이다. 워시 의장은 질의응답에서도 “다음에 무엇을 할지 포워드 가이던스를 줄 수 없다”며 “좋은 소식은 6주 뒤 다시 만난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빠진 성명서에는 지난 4월과 달리 금리 인하를 준비한다는 표현 또한 삭제됐다. 대신 경제활동과 고용, 물가 평가가 담겼다. 이번 결정을 두고 ‘매파적 동결’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실제로 연준은 경제활동이 견조하게 확장하고 있으며 생산성과 자본투자가 강하며 실업률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2% 목표를 웃돌고 에너지 등 일부 부문의 공급 충격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워시 의장 역시 물가 안정 의지를 직접 강조했다. 그는 “높은 물가는 미국인에게 부담”이라며 “FOMC 위원들은 분명하고 만장일치로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서 빠진 것은 금리 인하 신호였고 남은 것은 물가 안정 의지였다.
함께 공개된 SEP는 연준 위원들이 성장률과 실업률, 물가, 적정 기준금리를 어떻게 보는지 정리한 표다. 이 가운데 위원 각자가 적정하다고 본 연말 기준금리를 점으로 표시한 것이 점도표다. 6월 SEP에서 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 중간값은 3월 2.4%에서 2.2%로 낮아졌다. 성장률 숫자만 보면 금리 인하 논의가 나올 수 있다. 경기가 약해지면 금리를 내려 소비와 투자를 부양하자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업률 전망은 악화하지 않았다. 올해 실업률 전망 중간값은 3월 4.4%에서 4.3%로 낮아졌다. 연준 위원들은 성장률 전망을 낮추면서도 고용시장이 빠르게 나빠진다고 보지 않았다. 고용이 흔들렸다면 인하 논의가 힘을 얻었겠지만 고용 전망이 버틴 만큼 인하 명분은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 전망은 올라갔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 중간값은 3월 2.7%에서 3.6%로 높아졌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전망도 2.7%에서 3.3%로 올랐다. 이는 분명한 매파 신호다.
연준 위원 절반은 올해 인상 제시
워시 또한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전망 숫자를 직접 밝혔다. 그는 “올해 실질 GDP는 2.2%, 총 PCE 물가는 3.6%, 실업률은 약 4.3%로 전망됐다”며 “연말 적정 기준금리 중간값은 3.8%”라고 밝혔다. 연말 적정 기준금리 중간값 3.8%는 현재 기준금리 범위의 중간값 3.625%보다 높다. 3월 점도표에는 연내 인상을 점친 위원이 한 명도 없었지만 6월에는 전망을 낸 18명 가운데 9명은 올해 안으로 인상한다고 봤다.
물론 점도표가 인상을 가리켰다고 해서 인상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번 SEP에는 연준 위원 18명의 전망이 담겼다. 워시 의장은 “참가자들이 전망을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고 나는 동료들에게 계속 그렇게 하라고 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금리 전망을 제출하지 않았다. 위원 절반이 연내 인상을 예상했지만 의장이 침묵하면서 위원들의 금리 조정 일정은 제시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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