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때 부셸당 17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하던 대두(콩)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 대두 주산지인 미국과 브라질 모두 양호한 기후 덕분에 작황이 좋아져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무역 분쟁이 중국과 브라질 두 나라의 대두 거래 확대로 이어져 미국 대두 수출량이 축소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6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대두 선물은 부셸당 9.69달러에 거래되며 5년 전(2020년 8월) 수준에 근접했다. 연고점(5월 14일 10.77달러) 대비로는 10%가량 하락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식량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대두 가격은 그해 5월 부셸당 17달러까지 치솟았다. 2023년에도 12~15달러에서 움직였던 대두 가격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농업 컨설팅 업체 우크라아그로컨설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양호한 날씨가 이어진 덕에 전체 재배 면적 중 70%가 재배 ‘우수/양호’ 등급 평가를 받았다. 토양의 적절한 수분, 높지 않은 기온이 대두 성장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대두 생산국 브라질 역시 호황이 예상된다. 브라질 농업 컨설팅 업체 셀레레스컨설토리아는 2025/2026년(2025년 9월 1일~2026년 8월 31일) 브라질 대두 수확량을 지난 시즌보다 2.5% 증가한 1억7720만t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치솔루션 산하 시장분석기업 BMI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풍작 예상과 함께 브라질에서 2년 연속 기록적인 대두 수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이 남미산으로 눈을 돌린 것도 미국 대두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 분쟁이 고조되자 미국 대신 브라질 같은 남미 대체 공급국에서 대두 수입을 크게 늘렸다. 또 중국 양돈산업이 정부 주도의 돼지 사육 규모 축소, 낮은 육류 가격 등으로 침체를 겪으며 사료용 대두 수입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달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2025/2026년 연간 대두 수출 전망치를 17억5000만부셸로 예상하며 기존 전망치보다 7000만 부셸 낮췄다. 이에 미국 내 대두 재고는 3억1000만 부셸로 확대됐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