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휴전했는데…꽉 막힌 호르무즈 해협, 기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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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오만 무산담 주 접경지 인근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의 화물선들. 사진=REUTERS·연합뉴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오만 무산담 주 접경지 인근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의 화물선들. 사진=REUTERS·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종전 협상에 들어갔지만 협상의 최대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사실상 막혀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이 자유로운 항행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통행량은 휴전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데다 이란과 이해관계가 맞는 선박만 선별적으로 드나드는 상황이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란의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척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최소 9척은 이란과 연계된 선박인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러시아 선적 유조선 '아리메다'가 거론된다. 이 선박은 서방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오전 이후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된 선박은 9척뿐이라는 것. 이 중 5척은 페르시아만 밖으로 나갔고 4척은 안으로 들어갔다.

이란산 원유 약 100만배럴을 실은 유조선 '투어2'는 해협 밖으로 이동했다. 반대로 '아리메다'는 해협 안으로 들어가 이란의 주요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으로 향했다.

그러나 전체 흐름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가깝다. 최근 이틀 동안 원유 약 200만배럴씩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 여러 척이 해협 인근으로 이동했지만 페르시아만을 빠져나온 선박은 한 척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유조선은 해협 진입로 인근에 닻을 내린 채 대기 중인데 해협이 열릴 경우 곧바로 움직이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선박 추적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 자료를 인용한 AFP통신 보도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이 매체는 지난 7일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이 16척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케이플러의 분석가 아나 수바식은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하루 통과 선박 수는 10∼15척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 전 하루 약 14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상황은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다. FT에 따르면 현재 해협 안쪽인 페르시아만에는 화물선 약 900척이 여전히 묶여 있다. 이들은 안전하게 항행할 수 있는 조건이 명확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겉으로는 해협을 열겠다고 했지만, 실제 운용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통제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란은 지난 7일 미국과의 휴전 발표 직후 모든 상선 운항에 해협을 개방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혁명수비대와의 조율을 요구하면서 통제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안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선주는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을 가능성 때문에 섣불리 선박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선주와 선박 브로커들 사이에선 해협 출입 때 따라야 할 항로 지도가 돌기도 했다. 이 지도는 혁명수비대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출처는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통행료 문제도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업체 연합은 지난 8일 FT에 이란이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척당 최대 200만달러, 우리 돈 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물리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로는 모든 선박이 돈을 낸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일본 관련 일부 선박은 통행료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일부는 돈을 내야 하지만, 이란에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이들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해협 운영이 사실상 경제적·외교적 셈법에 따라 차등 적용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을 휴전 조건으로 못 박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문제를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공해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거둘 경우 허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꽤 금방 해협을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파키스탄에서 열리는 종전 협상은 단순한 휴전 연장 여부를 넘어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로 누가 어떤 조건으로 열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란이 협상력을 유지하려고 해협을 계속 움켜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해상 원유 수송 정상화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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