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생산돼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5월부터 미국의 전반적 물가 상승률보다 빠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세가 미국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데이터분석업체 데이터위브와 조사한데 따르면, 중국에서 제조돼 아마존닷컴에서 팔리는 상품 가격이 1월부터 6월 중순까지 기간중 2.6% 상승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 같은 기간에 서비스를 제외한 핵심 상품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율로는 2%, 같은 기간에는 1% 상승했다.
특히 관세가 적용된 초기인 4월까지는 기존 재고 등으로 가격 상승률이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5월 이후 가격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빠르게 가격이 오른 품목은 학용품 및 사무용품, 프린터와 분쇄기 같은 전자 제품, CD와 DVD 같은 매체, 그리고 가구와 조리도구 같은 가정용품 등이다. 지난 해 미국에 4,389억 달러(595조 3,200억원) 규모의 상품을 수출한 중국은 이 들 품목에서 주요 공급국이다.
이 연구에서 1월부터 6월 17일까지 추적한 1,407개 품목 중 475개 품목의 가격이 올랐고, 633개 품목은 변동이 없었으며, 299개 품목의 가격이 하락했다. 이들은 4월까지는 가격 상승률이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5월 이후에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용품 및 가구와 전자제품들은 5월 이후 각각 3.5%와 3.1%의 중간값 상승률을 보였다.
데이터위브는 총 25,000개 이상의 품목을 분석했으며, 특히 아마존에서 원산지 중국으로 명시돼 판매되는 1,407개 제품을 주로 분석했다. 여기서 단기 가격 급등이나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가격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평균 가격 대신 중간 가격을 사용했다.
중국산 상품에는 아마존과 제3자 판매자가 판매하는 상품이 포함된다. 제3자 판매자는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전체 상품의 62%를 차지한다.
데이터위브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카르티크 베타다푸라는 “계절적 변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시기와 비율을 보면 비용 충격이 소매 공급망 전체에 파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진이 적고 재고 보충 주기가 빠를 때는 관세가 낮아도 빠르게 오를 수 있다.특히 6월 들어 판매자들이 높은 관세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이것이 수억개에 달하는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를 포함한 여러 소비재 기업들이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에 대해 경고했다.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는 관세를 상쇄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아마존에서 판매를 재개한 나이키는 6월부터 다양한 제품의 가격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CEO 앤디 재시는 관세 부과 이전에 물품 확보를 위해 판매자들과 협력해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미국내 소비자 심리 약화와 높은 금리로 소매업체들은 관세 비용을 쉽게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 미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5월 소비 지출은 4월 대비 0.9% 감소하며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위축됐다.
뱅크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경제학자 클라우디오 이리고이엔은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연기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행 중인 미국 관세에는 10%의 일반 관세와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50% 관세, 그리고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가 포함된다.
베타다푸라는 6월 23일부터 철강 관세가 50%로 발효됐으며 이로 인해 향후 몇 달 간 조리 기구, 주전자, 소형 주방제품, 소형 가전 제품 및 기타 생활 필수품에 대한 가격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