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등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7개 제분업체에 67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7개 제분업체는 3개월 내에 밀가루 가격을 독자적으로 다시 결정해야 하고, 앞으로 3년간 밀가루 가격 변경 현황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는 7개 제분업체에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과 과징금 671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간 24차례에 걸쳐 제면·제과업체 등에 공급하는 밀가루 가격 및 공급 물량을 사전에 합의하고 결정하는 담합 행위를 했다. 담합 규모는 5조69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국내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 시장의 87.7%를 점유하는 과점사업자다.
이들은 밀가루의 원재료인 원맥(빻지 않은 밀)의 국제 시세가 오를 땐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빨리 판매가격에 반영하고, 원맥 시세가 내릴 땐 원가 하락분을 늦게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목표로 제분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는 시점에도 담합을 지속했다. 이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밀가루 가격 안정 보조금은 471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담합하는 동안 밀가루 가격은 큰 폭으로 올랐다. 2022년 9월엔 담합이 시작된 2019년 말과 비교해 밀가루 가격이 최소 38%, 최대 74%까지 상승했다. 원가가 오를 땐 판매 가격을 빨리 올리고, 내릴 땐 가격을 느리게 내린 결과 7개 업체의 영업이익도 대폭 개선됐다. 2019년 4.3%에 그쳤던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등 제분 3개 상위사의 밀가루 사업 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4년 12.5%로 올랐다. 담합에 가담하기 전엔 적자를 내던 하위 3개사도 2024년 평균 영업이익률 7.4%를 기록했다.
공정위가 이번에 부과한 과징금 6710억원은 역대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사조동아원에 부과한 과징금이 1831억원으로 가장 컸고, 대한제분(1793억원)과 CJ제일제당(1317억원)이 뒤를 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사조동아원은 시가총액(약 1417억원)보다 큰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대한제분은 역시 작년 영업이익(623억원)의 세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7개 업체와 담합에 가담한 회사의 임직원 14명은 지난 1월 검찰의 요청에 따라 이미 고발된 상태다.
7개 업체는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3개월 내에 밀가루 가격을 업체마다 독자적으로 다시 결정하고, 근거와 결과를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이때 가격은 담합 이전의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은 담합 조사가 시작된 뒤 밀가루 가격을 자진해서 낮췄지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밀가루값은 어림짐작해도 10% 이상 내리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추가 인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들은 앞으로 3년간 밀가루 가격 변경 현황을 1년에 두 번 공정위에 서면으로 보고도 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담합에 연루된 7개 업체를 '제분업체 경영안전자금' 지원 대상에서 즉각 제외했다. 해당 자금은 밀을 수입해 제분하는 업체에 제공하는 정부 융자 지원책이다.
담합이 적발된 업체들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CJ제일제당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경쟁사와의 접촉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분협회를 탈퇴했고, 앞으로 공정한 식품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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