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시장에 들어온 중국산 열연강판이 8년여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조만간 나올 한국 정부의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 결과를 앞두고 중국 업체의 ‘밀어내기’ 물량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비판정이 늦어질수록 중국산 재고 물량이 더 많이 쌓여 국내 철강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열연강판(열연광폭강 기준) 수입량은 21만7442t으로, 지난해 5월(14만7066t)보다 47.8% 늘어났다. 2017년 3월(23만3959t) 후 8년2개월 만의 최대치다.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올해 4월(20만1545t)에 이어 두 달 연속 20만t을 넘겼다.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 확대를 부른 건 한국 정부의 반덤핑 조사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이 “바오우스틸 등이 중국 유통가격보다 최대 37% 낮은 가격에 열연강판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조사를 요청해 올 3월 중국산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다. 정부는 조사 착수부터 최종 결론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해 3개월 안에 관세를 물릴 수 있는 예비판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중국 업체들이 예비판정이 나오기 전에 밀어내기 수출에 나선 것이다.
중국산이 쏟아지면서 열연강판 가격은 연일 하락세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열연강판은 t당 74만원으로 2월 중순(t당 78만원)보다 5.4% 하락했다. 국산 열연강판 가격도 같은 기간 t당 82만에서 80만원으로 떨어졌다.
열연강판은 국내 철강기업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미국 정부가 이달 들어 수입 철강재에 50% ‘관세 폭탄’을 때려 내수 시장 지키기의 중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열연강판이 쏟아지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정부가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