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에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 포비아’가 휘몰아치고 있다. 인공지능(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부품 비용 압박을 이기지 못한 글로벌 테크 기업이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강력한 공급망을 갖춘 애플마저 가격을 올릴 만큼 비용 압박이 커지자 스마트폰, 가전 등 완제품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폭등하는 메모리값 압박을 견디지 못해 최근 맥북 프로(1999달러)와 맥북 에어(1299달러) 등 주요 제품 라인업 가격을 최대 300달러씩 대폭 인상했다. 올 하반기 출시할 신제품 아이폰18 시리즈의 가격 인상도 예고됐다. 애플은 칩 출시 전략까지 전면 수정해 차세대 M6 칩은 고사양 버전을 건너뛰고 기본형만 내놓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올초 갤럭시S26 시리즈 가격을 전년 대비 최대 20% 가까이 인상했다. 폭등하는 메모리값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서다. 올초 출시한 노트북 갤럭시북6 시리즈 가격도 출고가 대비 최대 90만원 인상했다. 다음달 하반기 언팩에서 선보일 폴더블폰 시리즈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국내에서 내놓은 보급형 갤럭시A37 가격(59만8400원)도 기존 제품 대비 19.8% 높게 책정했다.
부품값 폭등에 직격탄을 맞은 완제품 기업은 각자 생존을 위한 고육책을 짜내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100달러 미만의 저가형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시장을 이끌던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는 마진 확보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동안 쌓아온 가격 경쟁력을 포기하고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품값뿐 아니라 제조·유통 제반 비용이 동시에 치솟는 총체적 위기 속에서 보급형 시장 자체가 소멸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는 최악의 공급난 속에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조차 메모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는 처지가 되자 주도권은 완전히 반도체 공급사로 넘어갔다. 공급이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정체 현상이 지속되며 메모리 3사의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70~80%대를 넘나들고 있다. 전날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84.9%에 달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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