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패션 안경업계가 주요 백화점 1층 매장을 점령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립스틱처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자신만의 패션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입지를 굳힌 데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도 필수 기념품으로 구입하면서다. 한국 안경이 ‘K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며 미국 뉴욕 등 해외로 진출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백화점 1층 차지한 안경 브랜드
15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안경·선글라스 등 아이웨어 상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마찬가지다. 패션 카테고리의 성장세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각각 16%, 13.6% 늘어났다.
Y2K(2000년대 초반) 패션, 긱시크(Geek Chic·괴짜스러운 시크함) 유행이 확산하며 시력과 상관없이 옷차림에 따라 안경을 쓰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 총괄은 “안경이 립스틱처럼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스타일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며 소비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닝의 대중화도 국내 안경 시장에 호재였다. 자외선·바람 차단, 미끄럼 방지 등의 기능이 들어간 선글라스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서 러닝 선글라스 브랜드 라이다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안경 시장 확대에 유통업체도 제조회사에 적극적으로 판매 기회를 주고 있다. 구글과 삼성전자의 스마트 안경 프로젝트에서 안경 디자인을 맡아 화제가 된 젠틀몬스터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과 에비뉴엘을 연결하는 통로에 대형 매장을 냈고, 더현대서울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도 1층 출입구 앞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롯데백화점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은 신생 안경 브랜드인 ‘리끌로우’의 팝업스토어를 대전점, 광주점, 타임스퀘어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안경이 세계 시장 진출의 기회를 잡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아이웨어 상품군의 지난해 외국인 매출이 70% 급증했다”며 “유럽·일본산 하이엔드 브랜드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고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화 안경테로 진화...美 진출까지
젠틀몬스터와 1 대 1 맞춤형 안경 브랜드인 브리즘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3차원(3D) 스캐닝, 인공지능(AI) 스타일 추천, 가상현실 시착 등을 도입한 브리즘은 지난해 3월 미국 맨해튼에 첫 매장을 냈다. 올해 미국에서 100만달러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블루엘리펀트는 일본 매장 오픈이 예정돼 있다.
패션 플랫폼도 맞춤형 서비스 도입에 나섰다. W컨셉은 소비자 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프레임을 추천해주는 ‘아이웨어 프레임 가이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W컨셉의 아이웨어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115% 급증한 데에 따른 것이다. W컨셉 관계자는 “블루엘리펀트, 래쉬, 리에티 등 K-선글라스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해외 브랜드 상품과 유사한 디자인이 아닌 K아이웨어가 디자인 트렌드를 리드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