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법무법인 세종 고문(기업전략과 조세센터장)
법과 도덕의 경계선
흔히 듣는 말로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한다. 옐리네크라는 독일 법학자가 했던 말. 꼭 그럴까나. 군사독재 시절에는 우리나라의 법은 악법과 불법뿐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때로는 어쩌면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내용이 지금도 법에 있게 마련. 그런 법을 부도덕하다고 부를 수 있으려나. 서양말에서는 권리, 법, 옳음, 이런 말들은 같은 단어이거나 뒤섞이는 개념이다. 라틴어로 ius, 요사이 말로 rights, Rechts, droit, 이러한 개념을 아시아 각국이 들여오던 당시에는 이로울 리(利)가 들어간 권리라는 번역과 옳을 의(義)가 들어간 권의라는 번역이 경쟁했다.
규범과 탈세의 저울
우리 사법(司法)체계는, 법령과는 내포와 외연이 다른 규범체계가 있다고 전제한다. 이를 사회질서라고 부르면서 거기에 법률효과를 준다. 일반인도 상식으로 알듯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계약으로 주고받은 ‘불법’원인급여는 계약이 무효인데도 되돌려 받지 못한다.
세법에서도 이런 문제가 생긴다.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계약으로 돈(이른바 ‘위법소득’)을 버느라 쓴 돈은 필요경비로 공제받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공제받을 수 있지만, 그런 비용의 지출 그 자체가 사회질서 위반이라면 공제받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기본 입장. 올해 6월의 대법원 판결도, 자사 소속이 아니고 다른 보험회사 소속인 설계사에게 모집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업법 위반이며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로서 손금불산입한다고 한다.
다른 한편, 법률에 어긋난다고 해서 꼭 사회질서 위반은 아니다. 법을(이른바 단속규정을) 어긴데 대한 제재는 별론으로 하고 민사법상 효과는 그대로 유효한 경우도 많다. 이와 달리 법을 어긴 결과 계약 자체가 무효라면 세법에서는 어떻게 될까? 돈을 아직 안 준 단계라면 애초 줄 의무 자체가 없어지니 순자산감소가 없고 애초 필요경비 공제를 주장할 여지가 없다. 돈은 이미 주었는데 불법원인급여라서 못 돌려받는 경우라면? 6월의 대법원 판결은 “사법상 유효한지 여부는 별론으로…사회질서 위반에 해당..하므로…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한다. 계약 유·무효의 판단기준과 필요경비 공제가부의 기준을 둘 다 ‘사회질서’에 놓고 있으니, 필요경비로 못 떤다고 일응 생각할 수 있다.
연대의 의무와 정의
헌법재판소는 2003년 이래 장애인고용부담금은 그 본질이 사회적 연대라고 한다. 남을 직접 돕는 대신 돈으로 때우는 것이라는 말. 같은 취지에서 올해 3월의 대법원 판결은 부담금을 필요경비라고 보았다. 그 사이 국회는 법률을 바꾸어서 “의무 위반에 따르는 제재”로 내는 부담금을 손금불산입한다는 옛 법의 글귀에서 “제재”라는 낱말을 빼버렸다. 남을 돕는 것은 의무인가? 남의 것을 뺏으면 안 된다고, 도덕적 의무나 사회질서를 어기는 것이라고 누구나(아마도 누구나) 생각하리라. 적극적으로 남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어떤가? 사회질서 위반이려나? 누구나 받아들여 마땅한 정답은 없다. 가치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래도 나라 전체로는 답을 내어야 하고, 부담금으로 내는 돈은 이웃에 대한 도움이라는 것이 적어도 사법부의 판단. 지난 5월에는 이 부담금을 손금불산입한다는 행정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사회질서란, 법이란, 도덕이란, 옳음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창희의 국가, 기업, 조세]에서는 조세정책과 기업과세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슈를 다룹니다. 이창희 교수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로 대학을 떠나고서는 법무법인 세종의 기업전략과 조세센터를 이끌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법대에서 법학석사와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공인회계사·외국변호사(미국)로 한미 양국의 회계법인과 로펌에서 활동했습니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과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등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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