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흥열 순천향대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센터장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은 기존 모델 기반 AI를 넘어 생성형 AI를 거쳐,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나아가 물리적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도약은 산업 전반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이전과 다른 위험과 책임, 신뢰 과제를 제기한다. 이제 AI는 디지털 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으며, 이에 따라 신뢰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특히 표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올해 2월 발표된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AI 표준 이니셔티브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대표 사례다. AI 시스템의 신뢰성, 안전성, 상호운용성 확보를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며, 기술 개발과 산업 적용 전반 기준을 마련하고, 미국 주도의 에이전틱 AI 국제표준화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표준은 단순 권고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AI 제품과 서비스의 상호 호환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열린 RSA 2026에서도 확인됐다.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확산은 기존 보안 모델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강조됐다. 특히 'AI를 위한 보안(Security for AI)'과 'AI에 의한 보안(Security by AI)'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가 중심이었다. 또 AI 모델 자체 취약점, 데이터 공급망 공격, 자율적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 새로운 위협이 부각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표준과 프레임워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표준화 기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다. 지난 4월 9일, 국제전기통신연합 전기통신표준화 부문 제17 연구반(ITU-T SG17)에서 AI 보안 표준 전담 신규 연구과제가 신설된 것은 상징적이다. 이는 AI 보안이 국제표준 핵심 의제로 격상됐음을 의미하며, 각국 간 표준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대응도 요구된다. 최근 인공지능 전략위원회 내 보안특위 신설과 에이전틱 AI 얼라이언스 추진 등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산업계와 정부 모두 AI 경쟁력 확보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제표준과 정합성 확보나 표준 주도 전략 측면에서는 체계적 접근이 추가로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 표준화 논의에 대한 선제적 참여와 전략적 연계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표준을 선점하지 못하면 국내 기술과 서비스가 세계 시장에서 제약받을 가능성도 있다.
표준은 단순 기술 규격을 넘어 보안과 신뢰성을 구현하는 핵심 기반이다. 특정 국가나 기업이 표준을 주도할 경우, 해당 보안 요구사항과 신뢰 체계가 세계 시장에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표준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외부 기준에 의존하게 되어, 보안 수준과 신뢰 확보 측면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표준 중심의 전략적 접근이다. ITU-T SG17을 중심으로 AI 보안 표준화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 보안 표준 형성 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특히 피지컬 AI와 같이 보안이 곧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보안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보안 표준 전략을 국가 AI 정책 핵심 축으로 명확히 위치시켜야 하며, 산업계와 학계 역시 국제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한 국내 협력 네트워크 조성과 글로벌 협력 채널 확대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기반 서비스와 제품 간 상호연동성 확보는 물론,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서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지난해 통신 3사 정보 유출 사고를 통해 보안과 신뢰의 중요성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이는 준비 부족이 아니라 전략 부재의 결과일 것이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국제표준화 무대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AI 시대 보안과 신뢰, 안전성, 호환성 질서를 설계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사이버보안연구센터 센터장 hyyoum@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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