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상영할 때 너무 좋았는데, 한국에서 하니까 더 좋네요. 정말 좋습니다."
영화 '군체' 연상호 감독이 작품 공개를 앞두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군체' 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작품을 하면서 가장 관심 있는 게 휴머니즘이었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 왔다"며 "이 작품은 AI의 사고에 대해 생각하다가 기획하게 됐다"고 준비 과정을 떠올렸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다. 영화 '부산행', 영화 '얼굴',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시리즈 등을 통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선보여온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앞서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기립박수를 받았다.
연상호 감독은 첫 장편 상업영화인 '부산행'으로 2016년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은 바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소재를 내세워 같은 부문에 초청을 받고 기립박수라는 환호를 받았다는 점에서 "'부산행' 평행이론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연상호 감독은 '군체'를 통해 집단지성을 이용해 소통하는, AI와 같이 발전하는 좀비의 모습을 구현해냈다. 그는 "이 존재들이 가상의 판타지가 아닌, 우리가 느끼는 초고속 정보 교류의 시대에서 마주하는 집단지성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에서 느끼는 공포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실질적 공포로 느껴지길 바랐다"고 이들을 소개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인공지능, 집단지성이 지배하는 세상에 가장 인간다움은 개별성이 아닌가 싶다"며 "그래서 소수 의견을 낼 줄 아는 권세정이라는 인물을 내세우고,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연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또 "군체들의 특징은 항상 돌연변이를 만든다고 하더라"며 "하나로 만들면 전멸할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엔딩 역시 변이가 생겨났다는 의미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부터 좀비로 기획한 건 아니고, 초고속 발전으로 인한 집단적 사고, 그로 인한 개별성의 무력함에서 시작했는데 '이게 좀비물이 되겠다' 싶더라"며 "잘못된 방향이든, 옳은 방향이든 계속 업데이트되는 좀비로 계획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전 좀비는 브레이크 댄서들과 작업하며 기묘한 움직임을 구현했는데, 이번엔 집단 움직임을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 더 아방가르드한 무용을 하는 현대무용팀에게 원하는 느낌을 말했다"고 전했다.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도 '군체'의 기대감을 끌어올린 요소다. 영화 '암살'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전지현을 비롯해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그리고 고수까지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배우들이 만나 강렬하고도 신선한 연기 앙상블을 완성했다.
전지현이 연기한 권세정은 생명공학과 교수이자 생존자 그룹 리더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 탓에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후, 새 일자리를 위해 생명공학 회사 대표를 소개해 주겠다는 전남편 한규성의 제안으로 컨퍼런스에 왔다가 고립된다. 정체불명 감염자들의 행동과 진화 패턴을 읽고 어떻게든 생존자들을 이끌고 탈출하기 위해 애쓴다.
구교환은 감염 사태를 일으킨 생물학 박사 서영철 역을 맡아 극의 갈등을 고조시킨다. 서영철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만들어 둥우리 빌딩에 퍼트린다. 체인스바이오에 근무했던 천재 생물학자로, 자기 몸에 백신이 있다고 미리 신고해 당국과 생존자들의 타깃이 된다. 감염자들을 새로운 인류의 탄생이라 믿는다.
지창욱이 연기하는 최현석은 둥우리 빌딩 보안팀 직원이다. 오랜만의 휴가에 자신을 만나러 온 누나 현희와 함께 빌딩에 고립된다. 하반신 장애인인 누나를 캠핑 지게에 업고 감염자들에 맞선다.
신현빈은 생명공학부 교수이자 특별조사팀 공설희를 연기한다. 남편 한규성이 둥우리 빌딩에 간 후 연락이 끊기자,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자신에게 들어온 특별조사팀 제안을 수락한다. 사태가 왜 시작되었는지 원인을 파악해 생존자들을 구해내고 감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빌딩 밖에서 전심전력을 다한다.
김신록은 IT 업체 직원, 현석의 누나 '최현희' 역을 맡았다. 모처럼의 휴가, 동생과 점심을 먹기 위해 둥우리 빌딩에 왔다가 감염 사태로 고립된 생존자 중 한 명이다. 모두에게 닥친 위기의 상황, 감염자를 유인할 용도로 휠체어를 내놓을 만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한다.
전지현은 액션 연기에 대해 "교수라 액션을 너무 잘하면 어색할 것 같아 절제를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대본을 보며 재밌던 건 실시간으로 진화한다는 점이 이전의 감염자들과 다른 지점이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김신록은 "여긴 생존보다는 관계를 중요시한다거나, 내가 연기한 현희는 신체적 취약성을 갖고 있는데, 이런 취약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 그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거 같다"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이 부분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지창욱 역시 "'군체'의 등장인물들은 다들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라며 "특히 현석은 위험이 있을 때 가족에 대한 생각들, 관계의 취약성에 공감이 많이 됐다"고 소개했다.
전지현은 "관객들이 권세정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빠져들고, 함께 고민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다"며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서영철 역의 구교환은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우리 아이들(좀비)과 교감하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갔다. 아이들의 연기를 먼저 보고, 거기에 영감을 받아서 내가 뭔가 한 것도 있다. 잘 있지 얘들아"라고 즉석에서 영상 편지를 보내 폭소케 했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 속에서 내내 생존자들에게 불편한 영향력을 주고 싶었다"고 목표했던 바를 전했다.
구교환은 좀비들과 교감하면서 선보이는 안면 액션에 대해 "얼굴 근육을 전체로 쓰려고 했다"며 "깜박임으로 통신이 이뤄지고,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는 좀 더 근육을 써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감독님이 시범을 보여주셔서 지도 하에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연상호 감독은 얼굴의 떨림을 연기하는 것을 "마그네슘 액션이라고 한다"고 덧붙여 폭소를 자아냈다.
이들은 함께 칸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면서 느낀 에너지를 한국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각오도 전했다. 전지현은 칸 초청에 대해 "우리 영화를 소개하러 가고, 감사한 자리인데 용기를 얻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신록은 "영화 자체의 찬사라고 생각했다"며 "'군체'를 보는 분들에게 이 좋은 에너지를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신현빈은 "영화를 공개할 땐 설렘과 긴장감이 다 있는데, 큰 극장이었지만 따스한 에너지를 받았다"며 "그래서 한국 관객들도 만날 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지창욱은 "매일이 감격이었다"고 했고, 구교환은 "상영이 끝난 후 길거리에서 한 분이 '서영철이냐'고 하시더라. 너무 행복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연상호 감독은 "칸에서 보는 것도 좋았는데, 오늘 시사회를 함께 보니 더 좋더라"고 너스레를 떨어 폭소케 했다.
한편 '군체'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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