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졌지만,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조회가 있었다면, 지난 한 주간은 “백허그”, “불륜”, “불륜장면 발각”, “콘서트 불륜”, “콜드플레이”, “kiss cam”, “아스트로너머(Astronomer)” 등으로 도배가 되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로 그 장면이다. 불륜(Affair)이거나 부끄럼(Shy)을 타거나 둘 중 하나라는 콜드플레이 리드보컬의 예상대로, 이들 남녀는 아스트로너머라는 IT 기업의 CEO와 CPO로 직장 내 불륜관계이다. 세계적인 망신을 당한 이후 CEO는 전 세계에 회사를 널리 알린 죄로 사직을 하였고, 많은 이들이 CPO의 거취에 관심이 많다.
사안의 성격상 정확한 통계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내 기혼 인구의 24.2%가 불륜을 경험했고, 직장 내 불륜이 전체 불륜의 30% 정도로 압도적 1위라고 한다. 이번 백허그 장면을 보면서 웃어 넘긴 사람도 있는 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남녀간의 문제만큼 사적인 영역에 있는 일이 없겠지만, 한편으로 직장 내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회사에서 사생활이라는 이유만으로 묵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사업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데에 그 근거가 있으므로, 근로자의 사생활에서의 비행은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것에 한하여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누23275 판결 참조). 원칙적으로 사생활에서의 비행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으나 그것이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한 것은 통상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이지만, 회사에서 운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남녀간의 문제는 어떨까? 호감이 쌍방형인지, 일방형인지에 따라 문제가 많이 달라진다.
먼저 쌍방형이다. 미혼 남녀 사이에 서로 호감을 표시하고 교제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그로 인하여 인사평가 등에서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하거나 회사 비용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게 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면 부당한 동기에서 행한 행위로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내에서 지나친 애정행각으로 직장 분위기를 흐리게 하는 경우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미혼이 아닐 때, 즉 불륜에 해당할 때에도 아무도 모른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고, 설령 회사에서 알게 되더라도 대내외적으로 이슈가 발생하지 않으면, 즉 둘이 조용히 만난다면 회사가 문제를 삼기 어려울 것이다. 둘의 관계에 대하여 윤리적인 비난을 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성적 자기결정권에 기한 사생활의 내밀한 영역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조용하게 지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있고, 회사에서 징계 등 인사조치를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연애랑 일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연애도 길어지면 부수적인 문제를 수반하기 마련이고, 사이버세계에서 신상정보가 쉽게 파악되는 요즘 백허그로 느닷없이 유명인사가 되는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직장 내 불륜으로 인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인정된 사례들을 보면 불륜관계가 널리 알려져 사내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 대외적으로도 알려져 회사 이미지와 명예를 훼손한 경우, 상대 배우자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하여 물의를 빚거나 불륜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이 원만하지 않아 물의를 일으킨 경우들이다. 최근에는 직장 내 불륜을 범한 배우자의 회사를 상대로 사용자책임을 묻는 소를 제기하여 소장을 송달받은 회사로 하여금 배우자의 직장 내 불륜을 알림으로써 복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징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장 내 불륜관계가 알려지는 것은 본인에게 여러모로 좋지는 않을 것이다.
일방형인 경우 사안이 완전히 다르다. 고백공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혼자의 미혼자에 대한 고백과 같이 고백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 미혼자 사이의 고백으로 고백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상대방이 이성적인 교제를 거절한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고백공격의 경우 상대방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하고, 신체적인 접촉을 언급한 사안에서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다(수원지방법원 2023. 2. 9. 선고 2022가합10067 판결). 이처럼 문제가 될 법한 고백은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데다가 상대방이 호감을 보이더라도 역시 다양한 리스크를 가진 직장 내 불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음은 고백 자체에는 비난 가능성이 없더라도 상대방이 거절하였을 때이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면 특별히 문제가 없으나 될 때까지 한다는 자세를 보이거나 거절로 인한 상실감을 분노로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수십차례 지속적이고 부적절한 연락 및 감정표현을 하고, 퇴근을 함께 시도하며 수회에 걸쳐 선물을 제공한 사안에서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 사례가 있고,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수차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상대방의 이름과 유사한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만들고, 상태메시지에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내용의 문구를 적은 경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예도 있다. 이와 같이 단순히 호감을 표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고 경우에 따라 직장 분위기까지 흐리는 경우에는 단순히 사생활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고, 또 회사로서는 상대방 직원이 안전하고 평온한 환경에서 근로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할 배려의무도 부담하므로, 징계 등 적절한 인사조치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인사노무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