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는 '실리' 금융사는 '영토확장'…"금리인상 전 빅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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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M&A]②
실탄 쥔 PEF, 실속형 매물에 뭉칫돈
골프존·태림페이퍼 등 예비입찰 흥행
시너지 내세운 금융지주…다수 매물 군침

  • 등록 2026-06-10 오전 5:28:04

    수정 2026-06-10 오전 6:25:34

이 기사는 2026년06월09일 23시27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그간 관망세를 유지하던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금융지주들이 상반기 마감을 앞두고 본격적인 투자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독점적 시장 지배력이나 확실한 인프라를 갖춘 실속형 매물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통화당국이 조만간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더 늦기 전에 딜을 성사시키려는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금리 인상 전 선점하자”…주판알 튕기는 시장

최근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통화당국의 금리 기조 전환 움직임이 꼽힌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 변동성 확대는 M&A 시장의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강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금리 수준 하에서 빠르게 딜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매각과 인수 측 모두에게서 나오는 배경이다.

매각 측은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자산 가치(밸류에이션)가 하락하고 원매자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반면 인수 측은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인수금융(대출) 등 조달 비용이 수직 상승해 자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조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지금을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8.7兆 쌓인 사모펀드 실탄… 자금 소진 압박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쌓아둔 드라이파우더(드라이파우더)의 소진 압박도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핵심 동력이다. 사모펀드들이 투자 기간 내에 자금을 집행하지 못하면 자산운용 효율성이 떨어지고 향후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에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 대형 운용사들은 더 이상 관망세를 유지할 수 없어 신규 투자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운용자산(AUM) 상위권 PEF들의 블라인드펀드 미소진 자금은 약 8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약 5조원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앤컴퍼니(2조원), IMM프라이빗에쿼티(1조2000억원), 스틱인베스트먼트(5000억원) 등으로 알려졌다. 조단위 실탄을 쥔 사모펀드들이 연내 자금 집행을 위해 일제히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시장 분위기 반전에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대어 예비입찰 흥행…시장 침체 우려 깼다

원매자들의 주판알 싸움이 치열해진 가운데 시장의 자금은 철저하게 실속형 자산과 전략적 시너지 매물이라는 양대 축으로 결집하고 있다. 6월 현재 시장에 나온 조단위 대형 및 중형급 매물들의 예상 몸값 총합은 7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가장 대표적인 격전지는 골프존카운티와 글로벌세아의 제지사업부문(태림페이퍼·태림포장·전주페이퍼 등)이다. 각각 2조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대형 매물로, 예비입찰 단계에서 복수의 투자자가 참여하며 일찌감치 흥행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높은 시장 지배력과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사모펀드들의 참전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견고한 기술력을 가진 매물들도 주목받고 있다. 예상 매각가 9000억원이 거론되는 스마트폰 연성동판적층판(FCCL)을 제조하는 소재 전문기업 넥스플렉스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엔 베인캐피탈, 어펄마캐피탈-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부산에쿼티파트너스(EP), 태광그룹 등이 올랐다.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율곡의 경우 최근 진행된 본입찰에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CGI 등 사모펀드들이 참여했다.

시너지 내세운 금융지주…다수 매물 ‘군침’

금융사 매물도 줄줄이 흥행이 예고됐다. 그간 수차례 매각이 무산되며 체면을 구긴 KDB생명은 최근 예비입찰에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태광그룹을 비롯해 대형 생보사 빅3(삼성·한화·교보생명)이 가세하며 이례적인 5파전 구도를 형성했다. 매각 주관사는 삼일PwC,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99.66%다. 예상 매각 가격은 5000억원 규모다.

애큐온캐피탈 역시 연초 예비입찰의 열기를 본입찰까지 이어오고 있다. 매각 주관사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UBS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메리츠금융, 바이칼인베스트먼트 등 숏리스트에 오른 3곳은 최근 마감된 본입찰에 모두 참여했다. 예상 거래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국내 3위 펀드 사무관리회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옛 미래에셋펀드서비스)도 오는 12일 예비입찰을 앞두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UBS가 매각 안내서를 배포한 이후 국내 주요 금융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매각 대상은 대주주인 PTA에쿼티파트너스(65.1%)와 미래에셋컨설팅(29.9%), 마스턴펀드파트너스(5%) 보유분 중 약 75~80% 수준으로 거론된다. 예상 매각 가격은 약 8000억원 규모다.

IB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M&A 시장의 성패는 예비입찰 단계의 흥행 자체에 달려있지 않다”며 “실사 과정에서 매도측의 희망가와 원매자의 현실적 조달 비용 간의 격차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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