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족쇄' 겨우 풀었는데…김범수, 시세조종 재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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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카카오는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심의 무죄 선고로 안도했던 카카오 입장에선 당분간 사법 리스크에 따른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김 창업자의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항소했다. 1심 무죄 판결에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는 이유다. 검찰은 "이 사건은 카카오가 시세고정 등 불법을 동원해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고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오인한 다수의 일반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안긴 불법 시세조종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검찰이 항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향후 재판에서도 성실하게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창업자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인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못하도록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이들 혐의를 뒷받침했던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부문장은 앞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를 만났을 당시 자신의 휴대폰으로 배 전 투자총괄대표와 전화통화를 연결했다고 진술했다. 이 자리에서 배 전 투자총괄대표가 지 대표에게 SM엔터 주식 매입을 요청했다는 것이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 전 부문장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수사 압박, 진술 번복 경위 등에 비춰 보더라도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이 사건뿐만 아니라 별건으로도 조사를 받았고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돼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며 "별건 압수수색 이후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뒤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했고 그 결과 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았다"며 "수사와 재판에서 벗어나고자 (허위 진술을 할) 동기와 이유가 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은 검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았고 결국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날 SM엔터 인수를 위해 하이브 공개매수를 저지하자며 시세조종을 상의한 카카오 관계자들의 메시지와 통화 녹음 등 객관적 증거가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가 시작된 뒤 대응 논리를 짜면서 입을 맞추는 내용의 통화 녹음 역시 살피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핵심 증인이 별건 수사 등으로 압박을 받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허위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판결 당부를 떠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1심 선고 당시 "2년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며 경영상 부담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SM 인수 과정에서 김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임직원 누구도 위법적 행위를 논의하거나 도모한 바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의 항소로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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