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A 규제 푸는 EU "미·중과 경쟁할 챔피언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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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17 17:48 수정2026.04.17 17:48 지면A23

유럽연합(EU)이 기업 인수합병(M&A)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나왔다. 소비자 이익 침해와 독과점 여부를 더 이상 합병 승인이나 거부의 주요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 대신 기업결합 규모와 혁신, 지속 가능성 등의 요소를 합병 심사 때 고려하기로 했다. 미국 및 중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유럽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되고 혁신을 선도할 수 있다면 과거와는 다른 잣대로 기업 합병을 승인하겠다는 것이다.

공식 발표를 앞둔 EU의 새로운 기업결합 가이드라인은 2000년대 이후 가장 급진적 제도 개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정책 전환의 밑바탕에는 2019년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합병이 독과점을 이유로 불허되면서 중국 국영 CRRC의 세계 철도차량 시장 독주를 불렀다는 EU 내부의 자성이 자리잡고 있다. 스페인 사회당 소속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M&A 완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통적인 좌파 정책과는 거리가 있지만, 침체한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EU는 얼마 전부터 규제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모든 신규 입법 때 EU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다. EU 기업이 새로운 규제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과 행정 부담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2024년 발표한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에서 지나치게 번거로운 EU 규제가 기업 투자와 혁신을 저해하고 성장을 제약한다고 꼬집었다.

EU는 경제 역동성과 기업 혁신 능력에서 미국과 중국에 밀린 지 오래다. 그 결과 엄청난 단일 시장을 가졌는데도 현상 유지조차 버거운 경제블록이 되고 있다. 촘촘히 짜인 규제가 세계를 선도하는 초거대 기업과 신산업 출현을 막으면서 성장이 정체된 탓이다. 떨어진 성장동력을 다시 끌어올리고 미·중과 경쟁할 챔피언 기업을 키워야 하는 것은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더 많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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