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물가에 실질소득 0%대 증가… ‘인플레와의 전쟁’ 고삐 좨야

3 hours ago 4

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1분기 가구의 실질소득 증가율이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지만,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불과했다. 수치상으로는 월급 봉투가 두툼해진 것 같지만, 치솟는 생활 물가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집어삼키면서 가계의 실제 구매력은 늘지 않은 것이다.

소득은 사실상 그대로인 반면 물가는 크게 뛰면서 지출이 소득보다 더 많이 늘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5.3% 증가했다. 씀씀이가 헤퍼져서가 아니라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이 무섭게 오른 탓으로 해석된다. 고물가는 소득이 낮은 계층의 지갑부터 먼저 얇게 만드는 잔인한 ‘역진세’와 같다. 소득 하위 20%의 소비지출은 1년 전보다 7.3% 늘어 적자 구조가 심화됐다. 주거·생활비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이 장바구니 물가 폭등에 직격탄을 맞으며 가혹한 고통을 겪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물가를 자극할 불안 요인이 안팎으로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28일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해 석 달 전보다 0.5%포인트 높여 잡았다. 이란전쟁에 따른 고유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15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뛴 생산자 물가는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도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커지는 물가 압력 등의 이유를 들어 28일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약화시키는 고물가 충격에 대비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는 통화 정책은 이제 불가피하다. 정부는 물가 불안을 키우지 않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신중하게 운용하고, 고물가에 무방비로 노출된 취약계층의 타격을 최소화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 역시 당분간 계속될 고비용 구조를 직시하고, 고통 분담과 체질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함께 미래 라운지

    함께 미래 라운지

  • 동아광장

  • 오늘의 운세

    오늘의 운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