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낡은 대기업집단 규제로 K뷰티·푸드까지 발목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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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9 17:32 수정2026.04.29 17:32 지면A31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작년보다 10개 늘어난 102곳을 지정했다. K뷰티의 한국콜마, K푸드의 오리온, 핀테크기업 토스,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 라인 등이 새로 포함됐다.

대기업집단 규제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1987년 도입됐다. 한국에만 있는 ‘낡은 규제’다. 정부는 이후 여러 차례 기준을 손봤는데 자산 5조원 기준은 2017년 이후 그대로다. 그 사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900조원 가까이 늘어 지난해 2600조원(명목 기준)을 넘어섰다. 경제가 커지고 이에 비례해 기업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성장의 결과이지 규제받아야 할 이유는 아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모델을 통해 K뷰티 수출을 이끌고 있고, 오리온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K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토스는 금융 혁신의 실험장을 넓히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이번에 규제의 틀에 묶인 것이다. 지난해에는 하이브와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들어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찮다. 기업집단 현황, 비상장사 주요 사항, 내부거래 등 광범위한 공시 의무가 생긴다.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된다. 공시대상대기업집단의 자산 집중도가 2023년 기준 2.4%, 매출 집중도는 4.2%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한국경제인협회)도 있다. 애초의 제도 취지가 여전히 유효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올라서면 상호출자와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 제한까지 더해진다. 기업 총수에 대한 동일인 규제는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크다. 4촌 이내 혈족의 주식 보유 현황과 경영 참여 여부를 매년 신고해야 한다. 자료 누락에는 형사처벌 위험까지 따른다.

사익편취, 편법 승계, 부당 내부거래는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업종과 사업구조가 제각각인 기업을 자산 5조원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묶어 같은 규제망에 넣는 것은 규제 편의주의에 가깝다. 미국과 유럽 경쟁당국은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경쟁 제한 여부를 따진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대표로 싸우는 기업을 자산 규모로 규제하는 것은 성장에 페널티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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