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막 내리는 자유무역, ‘포스트 WTO 체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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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유무역을 상징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종식을 선언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주 뉴욕타임스지에 기고한 글에서 “WTO는 유명무실해졌다”며 “우리는 새로운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어의 말이 맞다. 미국이 주도한 일방적 관세협상에서 WTO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 앞에는 ‘포스트 WTO 체제’에서 한국 경제가 살 길을 찾아야 하는 험난한 과제가 던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WTO 체제에 불만을 토로했다. 1기 때도 분쟁해결기구 위원 선임을 거부해 기능을 마비시켰고 걸핏하면 탈퇴를 위협했다. 미국은 WTO가 중국 편을 든다고 의심한다. 2001년 정식 회원으로 가입한 중국은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으로 떠올랐다. 지난 사반세기 중국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패권을 놓고 대중 견제에 나선 미국이 WTO 체제 흔들기에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문제는 불똥이 한국 경제에도 튀고 있다는 데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자유무역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호사’는 누리기 힘들다. 지금으로선 미국이 새로 구축한 보호무역 질서 안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상책이다. 예컨대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통해 한미 조선동맹을 강화할 수 있다면 관세 압박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미 의회가 동맹국을 선박 규제에서 풀어주는 방향으로 존스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른 한편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반(反)트럼프 진영이 밀착하려는 움직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무차별 관세정책에 대한 비판은 미국 안에서도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지난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전략의 최대 수혜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핍박받은 나라들이 중국을 대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자칫 관세전쟁이 트럼프 대 반 트럼프 진영 간 대결의 장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대미 경협을 공고히 하는 한편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도 돈독히 다져놓아야 국익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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