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맥킨지 "韓, 더 뜨거워진 냄비 속 개구리"…살 길은 기업 야성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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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03 17:33 수정2025.08.03 17:33 지면A35

맥킨지 한국사무소의 송승헌 대표가 한경 인터뷰에서 “끓는 물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는데도 개구리는 그대로”라며 한국이 처한 경제 위기를 재차 경고했다. 미국발 15% 상호관세를 ‘냄비 속 개구리에 끼얹어진 뜨거운 물’에 비유하며 “변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는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 신세’라던 2013년 진단에 비해 훨씬 강하고 다급해진 현실 인식이다.

송 대표는 한국 경제가 G7 도약은커녕 뒷걸음질하는 이유로 ‘성장 기회를 위해 과감히 위험을 감수하려는 기업인의 의지 약화’를 가장 먼저 꼽았다. 기업가정신 약화 이유로는 상법 개정,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경영 환경 악화를 지목했다. 이들 ‘바위 규제를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도전을 위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송 대표의 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문제는 그런 정책 변화를 마냥 기다리기에 한국 정치 현실은 너무 척박하고 경제 현실은 너무 다급하다는 점이다.

결국 기업과 기업인이 위기 극복의 최전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위기 돌파는 언제나 기업의 몫이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조강국, 디지털 경제로의 도약도 기업인 분투가 결정적이었다. 창업 세대와 2, 3세대 기업가들은 남다른 의지와 혜안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오늘의 반도체·자동차·조선·석유화학·철강을 일궈냈다. 다음 스텝으로 전진해야 할 시점이지만 상황은 악화 중이다. 지난 10여 년간 혁신을 외면한 결과로 주력 산업 대부분이 중국 등 경쟁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배터리·헬스케어·에너지·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에서의 위상도 점점 뒤처지는 판국이다.

이제 믿을 언덕은 기업과 기업가정신밖에 없다. 여건이 만만찮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 미국이 K조선에 러브콜을 보내고 방산, 원자력 등이 각광받는 데서 보듯 우리는 여전히 차별화한 제조 역량을 보유 중이다. 지난주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의 선두 기업을 제치고 테슬라 배터리 공급권을 따낸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트럼프발 위기를 냄비 속 개구리가 정신 차려 밖으로 뛰쳐나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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