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이란 전쟁 한 달…韓 경제 '민낯'도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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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26 17:21 수정2026.03.26 17:21 지면A35

미국·이란 전쟁이 28일로 한 달을 맞는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시간이었다. 에너지 위기를 넘어 공급망, 물류, 금융, 안보까지 동시에 흔드는 복합위기로 다가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중동 사태가 1970년대 오일쇼크와 우크라이나전쟁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충격이라고 경고했다. 애초 오일쇼크 수준으로 예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불안만으로도 우리 산업이 얼마나 쉽게 멈춰 설 수 있는지 확인됐다. 나프타 공급 차질 우려는 석유화학산업을 압박했고, 제조업 전반의 도미노 충격으로 이어졌다. 원유에 가려진 헬륨과 황의 중동 의존도 역시 이번에 드러났다. 반도체와 비료 생산이 곧바로 위협받고 있다. 에너지 위기가 산업 생산과 생활물가 위기로 번지는 구조가 확인된 것이다.

금융시장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제 유가 배럴당 100달러와 함께 원·달러 환율 1500원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3고(高)’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잦은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보여주듯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다.

안보 환경도 달라졌다. 주한미군의 방공 전략자산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 배치된 사실은 동맹의 현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판단에 따라 전략무기를 언제든 빼갈 수 있는 만큼 동맹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2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하고 비축유 방출과 석유제품 수출 제한 등 긴급 처방에 나섰지만 한계 또한 드러냈다. 석유 최고가격제와 차량 5부제, 유류세 인하를 동시에 시행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수요를 억제해야 할 시점에 가격을 낮춰 소비를 떠받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복합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마땅한 추가 대응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올해 2% 경제성장률 달성은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전쟁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과거의 안정된 글로벌 공급망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동맹을 강고히 하는 가운데 에너지와 원자재, 물류와 안보를 스스로 확보할 구조를 갖춰야 한다. 수입처 다변화, 전략 비축 확대, 에너지 믹스 재정비, 해상 운송 리스크 대응, 독자적 방위 역량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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