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본잠식 KDB생명에 또 국민 세금 넣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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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8 17:40 수정2025.06.18 17:40 지면A31

산업은행이 자회사인 KDB생명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한경 단독 보도(6월 19일자 A17면)다. 산은은 궁극적으로 KDB생명을 매각하려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정상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산은으로선 금호그룹 부실로 15년 전 어쩔 수 없이 떠안은 KDB생명(이전 금호생명)을 어떻게든 팔아보려는 차원에서 이런 방안을 강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투입하는 자금이 결국은 국민 세금이라면 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산은은 그간 KDB생명 매각을 여섯 차례 이상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KDB생명의 시장점유율이 2~3%에 불과한데다 영업경쟁력도 낮아 인수 후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곳이 없어서다.

산은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직접 증자 및 우회 출자를 통해 KDB생명에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올 1분기 말 KDB생명은 자기자본 완전 잠식 상태에 빠져들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산은의 증자 계획을 접한 뒤 “꼭 그렇게 해야 하겠느냐”고 반응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금융위는 ‘런오프’(run-off·계약이전) 전문회사를 통한 정리 방안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산은에 제시했다. 더 이상 국민 세금을 투입하지 말고 사실상 청산하라는 주문이나 다를 바 없다. 금융위는 지난달 부실화한 MG손보에 대해 계약자의 보험 계약만 이전하고 청산하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KDB생명도 이런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 판단인 셈이다.

시장 일각에선 산은이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을 의식해 KDB생명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KDB생명의 뿌리가 1988년 출범한 호남생명이어서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런 정치 논리로 판단한다면 산은은 주주인 국민에게 현 실태를 소상하게 알리고 향후 투자 위험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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