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테슬라 OK, 현대차 NO… ‘역차별의 덫’에 갇힌 韓 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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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D 감독형 기능이 탑재된 테슬라 모델 S 운전석 내부 전경. 2026.04.27 뉴스1

FSD 감독형 기능이 탑재된 테슬라 모델 S 운전석 내부 전경. 2026.04.27 뉴스1
미국 테슬라의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차량 4200여 대는 현재 국내 도심 곳곳에서 운행 데이터와 원본 영상을 수집하고 있다. 이는 미국 본사로 보내져 인공지능(AI) 고도화에 활용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안전기준 면제 조항을 이용해 작년 11월부터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도 되는 ‘핸즈프리’ 관련 자율주행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은 이런 수준의 자율주행을 하려면 각종 규제에 막혀 사실상 ‘고속도로에서 직진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안방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 관련 규제들은 워낙 광범위해 어느 하나만 개선한다고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 국내법은 ‘중앙분리대가 있고 보행자와 자전거 통행이 금지된 도로’, 즉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만 운전대를 놓고 주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테슬라처럼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도 국내 차량은 쓸 수 없다. 주행 영상을 확보해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행인 얼굴이나 다른 차 번호판을 일일이 가리는 후속 작업 부담이 크다고 한다. 개인택시 면허제 아래 억대에 거래되는 면허 가격이 기업들의 자율주행 택시 사업 진출을 막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의 덫에 걸린 사이 정부의 전폭 지원을 받는 미국과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으로 데이터를 쓸어모으고 있다. 테슬라의 FSD 누적 주행거리는 최근 100억 마일(약 160억 km)을 돌파했다. 국내 자율주행업체 전체가 기록한 1300만 km의 1200배가 넘는 거리다. 구글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 역시 3억 km가 넘는 운행 경험을 쌓았다. 더 이상 머뭇대다가는 한국과 이들 나라와의 격차는 따라잡기 힘든 수준으로 벌어질 수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최근 “모자란 기술을 채우기 위해 전 세계 어느 회사에서라도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기업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역차별 규제를 없애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기업이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여러 법에 걸쳐 있는 지원책을 하나로 묶고, 자율주행 시범지구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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