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다車 한국 철수, '졸면 죽는다'는 시장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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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4 17:35 수정2026.04.24 17:35 지면A23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2003년 국내에 진출한 혼다자동차가 23년 만에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다. 어코드, CR-V 등 베스트셀러 차종을 앞세워 2008년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한 혼다의 퇴장은 ‘졸면 죽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국내 1위를 기록한 그해 혼다는 수입차 최초로 연간 판매량 1만 대(1만2356대)를 돌파했는데, 지난해 판매량은 1951대에 그쳤다. 17년 만에 6분의 1토막 난 것이다. 전년 대비로도 22% 급감했다. 테슬라, 비야디(BYD) 등 중국산 전기차의 파상 공세와 고환율 여파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국내 판매 혼다 차량은 전량 미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이어서 달러 강세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혼다 자체의 경쟁력 상실이다. 혼다는 일본 내수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혼다는 2025~2026회계연도(2025년 4월~2027년 3월)에 최대 2조5000억엔(약 23조원)의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적자를 낸다면 1957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기술의 혼다, 마케팅의 도요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이었던 혼다로서는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뒤늦게 뛰어든 전기차에 지나치게 ‘올인’한 것이 치명적인 오판이었다는 분석이다.

막대한 투자비를 투입한 전기차 3종을 양산 직전 포기한 것이 컸다. 테슬라를 잡겠다며 소니와 손잡고 설립한 전기차 개발 합작사도 사실상 활동 중단에 들어갔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공세,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이라는 ‘삼중고’를 넘지 못한 것이다.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3.9%에 달했다. 2022년 4.7%에서 3년 만에 수직 상승했다. 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같은 기간 20%포인트 가까이 쪼그라든 57.5%로 추락했다. 올 1분기 판매도 국산이 126% 늘어날 때 중국산은 286%나 뛰었다. 위기감을 갖지 않으면 언제든 ‘안방’까지 내줄 수 있음을 혼다의 철수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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