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로 경남 산청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 상능마을도 산사태로 주택 전체가 부서지거나 사라졌다. 상능마을 전체 주민들은 돌아갈 집이 없어 기약 없는 임시거처 생활을 시작했다.
22일 산청군에 따르면 상능마을은 지난 19일 집중호우로 지반이 무너지면서 마을에 있는 집 24채 전체가 토사에 쓸려 내려가 파묻히거나 무너졌고, 쓸려 내려가지 않은 집들은 금이 가거나 기울었다.
마을 도로는 완전히 파묻히거나 사라져버렸다.
안전진단 결과 상능마을 전체 주택은 '주거 불가' 판정을 받았다.
상능마을은 비교적 높은 지대에 있고 아래 지대에 대나무밭이 있는데 산사태 발생 당시 대나무밭을 포함한 마을 아래가 무너지면서 위쪽에 있던 상능마을 지반이 꺼지고 아래로 쓸려 내려갔다.
마을 아래쪽이 산사태로 무너지면서 위쪽에 있던 마을에 지진이 난 것처럼 주택과 도로가 부서지고 내려앉는 등 통째로 꺼져버린 것이다.
마을 전체가 사라지다시피한 큰 피해가 났지만, 김광연(57) 이장 등의 발 빠른 대처로 마을에 머물던 주민 15명은 긴급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김 이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일 저녁 7시가 지났을까, 마을 아래 대나무밭에서 '딱딱' 거리며 대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도 쩍쩍 갈라지며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급해진 마음에 마을 방송으로 "빨리 피신하라. 되도록 주차장으로 빠져나와 달라"고 알렸다.
사고 당시 주민 9명이 마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다행히 스스로 또는 젊은 주민이나 구급대원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장은 "슬라이딩'이 발생하기 6분 전에 마을 방송을 한 것 같다"면서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산청군은 전체 주택이 '주거 불가' 판정받은 상능마을 주민들을 위해 "이주단지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민들은 임시 피난시설인 생비량면 초등학교에 머물고 있다.
한편,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산청군 생비량면 일대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4일간 619㎜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