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바로 걷기다.
특별한 장비나 장소가 필요 없고,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운동량을 누적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도 덜 힘들어 지속하기도 수월하다.
출퇴근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반려견과 산책을 하거나 주말에 조금 더 먼 거리를 걸으면 ‘주당 최소 150분의 중강도 운동’이라는 신체활동 지침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걷기로 정말 살이 빠질까?
걷기는 운동 강도가 약해 정말 체중 감량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꾸준한 일상 속 걷기가 몸무게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과학 잡지 BBC 사이언스 포커스에 따르면,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대학교의 신체활동 전문가 마리 머피(Marie Murphy) 교수 연구팀이 37개의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8주 이상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몸무게와 체지방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혈당 수치(당뇨병 진단에 중요한 지표)와 혈압도 개선됐다.
체중 감량은 음식으로 섭취한 칼로리보다 신체활동으로 소모한 칼로리가 더 많을 때 이뤄진다.
머피 교수는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갈수록 걸을 때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고 설명한다.“칼로리 소모량은 체중과 거의 비례한다. 그래서 나는 걷기가 공중보건 차원에서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약간 과체중이니까, 걷기만으로도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태울 수 있다.”게다가 걷기는 몸에 가해지는 충격도 적어 부상 위험이 낮고, 지속하기 쉽다고 머피 교수는 덧붙였다.
주당 150분 걸으면 내장지방도 감소
34개의 운동 임상시험을 리뷰한 2021년 연구에서도, 주 3회 30~60분의 유산소 운동(절반은 걷기 포함)만으로도 심장병 위험과 연관된 내장지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주당 150분 이상 더 한다고 해서 내장지방이 추가로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하루 30분 걷기만 꾸준히 유지해도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운동과학자 제프 호로비츠(Jeff Horowitz) 교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움직이기만 해도 질병 위험을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라며 “마라톤이 멋지긴 하지만, 건강 효과 면에서는 꾸준한 걷기와 큰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걷기는 ‘입문 운동’걷기는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입문 운동이다. 머피 교수는 “걷기가 다른 운동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라며 “걷기를 즐기고 효과를 느끼면 점차 더 강한 운동에 도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러닝이나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같은 운동이 칼로리 소모량은 더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총량이다. 매일매일 일상에서 걷는 양을 쌓으면, 일주일에 한두 번 뛰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2021년 발표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체중 감량을 성공적으로 유지한 사람들은 일주일 내내 거의 매일 중강도에서 고강도 운동을 한 시간 이상 했으며, 비만한 사람들보다 아침에 더 활동적이고 주말에는 덜 앉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걷기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걷되, 조금 더 운동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강도 높이기: 중량 조끼 또는 배낭을 착용하고, 언덕길을 오르거나, 속도를 조금만 높여도 칼로리 소모가 커진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분당 100보 이상이면 ‘중강도’ 운동으로 분류된다.
-운동 시간 늘리기: 주차를 조금 멀리하거나, 목적지 한두 정거장 전에 내리거나, 주말에 긴 코스를 잡아 걷는 등 거리를 늘릴수록 효과도 커진다.
-자연 속에서 걷기: 숲이나 공원에서 걷기는 기분, 정신 건강, 낙관적 태도를 끌어올리고, 불안·걱정을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노르딕 워킹: 폴(지팡이)을 이용해 상체와 하체 근육을 모두 쓰는 노르딕 워킹은 칼로리 소모가 더 크다. 동호회에 가입하면 사회적 교류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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