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손해' 주장한 국민연금…법원 "책임 구조 정리해야" [CEO와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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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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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9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재판부가 국민연금 측에 정부 개입과 각 피고의 책임 구조를 보다 명확히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부당 개입을 손해 발생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는 만큼, 그 책임을 누구에게 어떤 법적 근거로 묻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취지다.

"정부개입" 손해 주장에책임 누가 지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정용신)는 4일 국민연금공단이 이 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삼성물산 및 당시 경영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상대로 낸 5억1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 사건은 국민연금이 2024년 9월 제기한 소송이다. 국민연금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위법 행위로 손실을 보았다며 삼성 측 관계자들과 당시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관여한 인사들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다.
이날 재판부는 앞서 내린 석명준비명령과 관련해 국민연금 측에 정부의 부당 개입과 손해배상 청구 원인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정부의 부당 개입과 관련한 책임을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만 묻는 것인지, 아니면 삼성 측 피고들에게도 관련 책임을 주장하는 것인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국민연금 측은 "정부 자체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소송은 아니다"라며 "삼성물산 이사들과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책임을 묻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적정 합병 비율" 적 여부도 쟁점

손해액 산정 방식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국민연금 측은 현재로서는 별도의 손해배상 감정을 신청할 계획이 없으며, 이미 제출된 전문가 의견서와 관련 자료를 토대로 손해 규모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피고 측은 손해 발생 자체가 인정될 수 없다고 맞섰다. 피고 측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는 해당 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재산 상태와 실제 상태를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며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지 않아 합병이 무산된 경우와 실제 합병이 성사된 경우를 비교해야 하는데, 오히려 합병이 무산됐다면 국민연금이 더 큰 손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는 적정 합병 비율이 존재했다고 전제하지만, 당시 상황에서 그러한 비율로 실제 합병이 가능했는지부터 의문"이라며 "손해액 산정 이전에 손해 발생 구조 자체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국민연금 측에 정부 개입과 각 피고의 책임 범위, 손해 발생 구조 등을 정리한 준비서면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손해액 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 계획도 오는 7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다음 변론기일은 9월 10일 오후 3시에 열린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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