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는 조건부 특별 포상이나 사측의 구두 약속이 아닌, 명문화된 성과급 제도 규정 자체를 상향할 것을 요구하며 오는 23일 대규모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총파업을 예고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본격적인 슈퍼사이클(초호황기)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자칫 ‘수십조 원대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동아일보가 삼성전자 노조 측이 게시한 ‘삼성전자 집중교섭 의사록’을 분석한 결과, 사측은 DS 부문에 대해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한도(연봉의 50%)를 넘어서는 보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메모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DS 부문에 한해 앞으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모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교섭에 나선 사측 위원은 이번 상한 폐지가 “일회성이 아니다”라며 향후에도 영업이익 10% 투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50% 상한이라는 기존 OPI제도의 틀은 놔두더라도, 초과 재원에 대해서는 임시방편이 아닌 지속적인 보상으로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여기에 삼성전자가 2026년 매출 및 영업이익이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DS 부문장 특별포상’을 통해 재원을 얹어주겠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사측은 “영업이익 10% 외에 3.5%~4%의 재원을 더 쓰더라도 메모리 부문의 성과급을 경쟁사 동등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1위를 달성할 경우 총 투입 재원은 영업이익의 13.5%~14% 수준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사측이 영업이익 10% 유지를 약속했지만, 이를 성과급 기본 규정에 명시하는 ‘제도화’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업계 1위 탈환을 전제로 한 추가 재원 투입 역시 매년 교섭을 벌여야 하는 ‘조건부 특별 포상’이라며 선을 그었다.
노조 위원장은 교섭에서 “하이닉스가 주니까 맞춰준다는 식의 특별 포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매년 이런 교섭을 반복할 수 없으니, OPI 제도를 개선해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부문 7, 사업부 3의 비율로 배분하는 방안을 완전히 제도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가 핵심 산업인 반도체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진입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사측의 대폭적인 보상안 수용에도 불구하고 ‘제도화’ 때문에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주주 가치와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쟁사 수준의 최고 대우를 약속했음에도 제도 개선만을 고집하며 파업을 예고한 것은 노조의 협상력 과시를 위해 국가 경제를 볼모로 잡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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