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유지 문턱 높아진다…저시총·동전주 ‘퇴출 압박’ 본격화

3 hours ago 4

시총·동전주·공시위반 상폐 기준 1일부터 강화
코스피 75곳·코스닥 242곳 새 기준 영향권
한계기업 퇴출 절차·속도 빨라질 가능성
시장 신뢰 회복 기대 속 투자자 보호 과제

  • 등록 2026-07-01 오후 5:02:20

    수정 2026-07-01 오후 5:02:20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증시의 상장 유지 문턱이 높아진다. 시가총액이 낮거나 주가가 1000원에 못 미치는 이른바 ‘동전주’를 중심으로 퇴출 압력이 커지면서 시장에 장기간 남아 있던 한계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부실기업을 신속히 정리해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진 종목에 투자한 소액주주 보호와 상폐 회피성 불공정거래 차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스피가 전날보다 173.07포인트(2.04%) 하락해 8303.41로 마감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코스피가 전날보다 173.07포인트(2.04%) 하락해 8303.41로 마감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저시총·동전주 317곳 영향권…상폐 확대는 4분기 이후 전망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가총액과 동전주, 공시위반 관련 상장폐지 기준이 강화된다. 시가총액 요건은 유가증권시장이 기존 2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코스닥시장은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아진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종목도 새롭게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된다.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은 최근 1년간 누적 벌점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진다.

절차도 한층 엄격해진다. 시가총액이나 주가 기준을 30거래일 연속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만 상장폐지 요건으로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반기보고서 단계에서도 기업 계속성 등을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다만 제도 시행과 동시에 상장폐지 기업이 대거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관리종목 지정과 회복 기간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상장폐지 확대는 올 4분기 이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이날 열린 ‘코스닥시장 개장 30주년 기념 행사’에서 “코스닥시장만 놓고 보면 올해 상장폐지 결정 기업은 88개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저시총·동전주 기업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종가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시가총액과 주가 요건을 단순 적용한 결과, 새 기준 영향권에 들어가는 기업은 우선주와 스팩을 제외하고 총 317곳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75곳, 코스닥 242곳이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영향권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이 3조 1814억원, 코스닥이 6조 6361억원으로 코스닥 쪽 규모가 더 컸다.

기업들의 선제 대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공개매수를 실시한 13개사 중 6개사가 상장폐지를 공개매수 목적으로 공시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공개매수 10개사 중 4개사가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한 데 비해 늘어난 셈이다. 이를 두고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 시행 전 선제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퇴출 속도 빨라진 시장…투자자 보호 장치 관건

이번 개편은 국내 증시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상장은 많고 퇴출은 적은’ 구조를 바꾸기 위한 조치다. 부실기업이 장기간 시장에 잔류하면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불공정거래나 주가조작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정부와 거래소는 혁신기업의 상장은 지원하되, 계속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신속하게 퇴출하는 방향으로 시장 구조를 바꾸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도 이번 개편은 퇴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기준 회복에 주어진 시간을 제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주가나 시가총액 기준을 밑돌더라도 개선계획 제출이나 일정 기간의 회복 절차를 거쳐 계속상장 적격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일본 역시 순자산, 거래대금, 거래량 등 시장성과 재무건전성 기준을 함께 보면서 상장 유지 여부를 따진다.

국내 개정안은 이와 달리 시가총액과 동전주 요건을 수치로 못 박고, 정해진 기간 안에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시장에 오래 남아 있던 한계기업을 빠르게 걸러내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퇴출 속도가 빨라질수록 투자자 보호 장치의 중요성도 커진다.

상장 유지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일시적인 업황 악화나 주가 부진으로 퇴출 압박을 받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상장폐지 가능성이 먼저 부각되면 주가 급락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가 커질 수 있고, 거래처와 채권자의 자금 회수 요구가 몰리며 기업 유동성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불법행위도 경계 대상이다.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이 인위적 주가 부양이나 가장납입을 통한 자본 확충 등에 나설 우려가 있다”며 “제도 개선이 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기준 강화와 함께 불공정거래 감시, 공시 투명성 제고, 투자자 안내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퇴출 강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상장 단계의 심사도 더 엄격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초 상장 때 더 면밀하고 엄격한 평가를 실시해 신규 상장의 문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처음부터 건실한 기업을 잘 가려내면 이후 시가총액, 주가, 재무건전성, 공시 충실성 등에서 기준에 미달할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