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이런 촌동네가?'…현금 뭉치 든 3040 '우르르' [이슬기의 새집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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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앞둔 노량진 1구역/ 사진=이슬기 기자

재개발을 앞둔 노량진 1구역/ 사진=이슬기 기자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어릴 적 흙장난하며 부르던 이 노래가 요즘 많은 서울 구축 아파트 거주자에게 간절한 염원입니다. 서울 아파트 3채 중 1채는 이미 서른 살을 넘겼고, 신축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됐습니다. '이슬기의 새집다오'는 복잡한 재건축·재개발의 실타래를 풀고, 우리가 살고 싶은 '내일의 집'을 탐구합니다. 여러분의 '새집' 꿈이 선명해질 수 있도록 투명하고 쉽게 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지금은 여기 펜스라도 쳐서 그나마 나아진 거예요. 그전에는 '서울 한복판에 이런 촌구석이 있나' 싶었어요. 골목 사이사이에 이발소랑 슈퍼, 방앗간 있는 옛날 시골 동네 골목 같았어요."

지난 23일 오후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 현장. 15년 넘게 이곳을 지켰다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낡은 빨간 벽돌 주택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이엔드 브랜드 타운'으로 변하기 직전, 대한민국 대표 고시촌으로 시간이 멈춰있던 노량진은 아직 옛 주거지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이주를 앞두고 보수 등 건물 관리가 사실상 중단된 지 1~2년, 낡은 골목은 고시생으로 보이는 학생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차지였습니다. 인근 A 공인 관계자는 "어차피 부술 집인데 고쳐서 뭐 하냐는 분위기"라며 "교통이 좋은 데 비해 월세가 저렴하다 보니 지하층이나 낡은 방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살며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왼쪽) 노량진 1구역과 (오른쪽) 착공한 노량진 6구역에 펜스가 쳐져 있는 모습 / 사진=이슬기 기자

(왼쪽) 노량진 1구역과 (오른쪽) 착공한 노량진 6구역에 펜스가 쳐져 있는 모습 / 사진=이슬기 기자

관리처분인가 축하 현수막이 걸린 노량진1구역 모습/ 사진=이슬기 기자

관리처분인가 축하 현수막이 걸린 노량진1구역 모습/ 사진=이슬기 기자

2006년 노량진재정비촉진지구가 지정된 후 20년 동안 사업이 표류하는 사이 현장에서는 활발하게 손바뀜이 일어났습니다. 50대에 재개발을 시작한 원주민들이 70~80대 고령층이 되면서,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기보다 현금화를 택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체의 60% 이상은 손바뀜이 일어났다는 게 현장의 전언입니다.

노량진뉴타운의 물건을 받아낸 이들은 주로 30대와 40대 젊은 층이었습니다. 노량진 뉴타운 입주권의 프리미엄은 현재 16억~18억원선입니다. 이주비가 나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실질 투자금이 최소 20억원 이상 필요합니다. 덩치가 커서 소위 '1+1'(조합원 1명에게 입주권 2개 부여)이 가능한 물건은 30억원 이상의 현금이 들어갑니다. 분양과 비교하면 투자금 대다수가 초기에 한 번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수요가 탄탄했습니다.

노량진 1구역에 위치한 B 공인 중개 대표는 "요즘 30~40대 젊은 사람들이 어디서 그렇게 돈을 벌었는지, 돈을 들고 와서 입주권을 사 갔다"며 "이제 그나마 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물건은 거의 없고, 1+1 물건들만 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노량진 뉴타운 내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구역(라클라체 자이드파인) 분양 관계자는 "여의도와 용산에 살던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여의도 용산이 전부 구축이고, 사업 속도가 노량진보다는 느리다 보니까 신축을 원하는 수요가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수주 현황 / 그래픽=유채영 기자

노량진뉴타운 8개 구역 수주 현황 / 그래픽=유채영 기자

고소득 직장인과 현금부자가 노량진 뉴타운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입지의 우수성 때문입니다. 서울 지도를 펴놓고 보면, 서울의 한 가운데에 있는 노량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노량진 뉴타운에는 지하철 1·9호선 환승역인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이 있어, 여의도·서울역·광화문·강남 등 주요 업무지구로 환승 없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노량진뉴타운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한 가지 특징은 일대가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 단지'로 거듭난다는 점입니다. 1~8구역이 모두 하이엔드 브랜드를 걸게 되면서, 일대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가진 건설사들의 대결이 장이 된 것입니다.

한 동네에 이렇게 다양한 하이엔드 단지가 모이는 것은 이 동네가 처음입니다. 1·3구역엔 포스코이앤씨 '오티에르', 4구역엔 현대건설 '디에이치', 2·7구역은 SK에코플랜트 '드파인', 5구역은 대우건설 '써밋', 8구역엔 DL이앤씨 '아크로'가 들어섭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노량진에 국내 대표 하이엔드 브랜드가 모이는 만큼,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우리 단지가 뒤처진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마감재와 설계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라클라체자이드파인 조감도/ 사진=GS 건설

라클라체자이드파인 조감도/ 사진=GS 건설

시장의 평가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최근 분양한 노량진6구역은 최고가를 기준으로 3.3㎡당 840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로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분양가를 전용 59㎡로 환산하면 19억5660만~22억880만원, 전용 84㎡는 22억8730만~25억8510만원 수준입니다.

청약 결과는 어땠을까요? 전 타입 1순위 청약 당첨 최저 가점은 56~67점 수준이었습니다. 주택형별 최저 가점으로 106㎡A형이 56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고, 이어 △84㎡A·84㎡B형이 62점 △84㎡C형 63점 △59㎡A·59㎡B형 64점 ·59㎡C형 67점입니다.

이러한 점수는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의 당첨 가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입니다. 서대문구 연희동 '드파인연희'는 전용면적 59㎡와 전용85㎡ 최저 가점이 69점, 최고 71점이었습니다. 강서구 방화동 '래미안 엘라비네'도 평균 당첨 가점이 69점에 달하며 고가점 통장이 쏟아졌습니다. 분양 관계자는 "서울 분양치고는 낮은 가점으로 당첨된 사례가 나왔는데, 이는 고분양가에 대한 시장의 저항감이 일부 반영된 것"이라며 "하지만 대기 수요가 많아 단기간에 완판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용 84㎡ 가격이 25억원 내외면, 흑석뉴타운이나 아현뉴타운의 대장급 아파트값과 비슷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3일 24억8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한강센트레빌 1차' 전용 84㎡는 지난 2월 24억7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노량진이 완공만 되면, 흑석뉴타운이나 아현뉴타운의 아성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노량진은 여의도와 용산을 잇는 '센터' 입지"라며 "트리플 역세권에 대규모 평지화 작업까지 끝나면 완공 후엔 '마용성'을 넘어 여의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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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량진 뉴타운에 남은 가장 큰 변수는 '사업 속도'입니다. 지난 21일 노량진 1구역이 8개 구역 중 마지막으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면서, 노량진 뉴타운 내 8개 구역이 모두 사업의 9부 능선을 넘은 상태입니다.

이주가 시작된 구역들의 경우 착공 및 입주가 늦어질수록 금융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실제로 4구역의 경우 이주 및 철거가 끝났지만, 아직 착공 단계에 들어가지 못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속도"라며 "용적률 10% 더 받겠다고 지연시키면 설계비에 이자, 공사비 상승분으로 수익이 다 깎여 나간다. 결국 이자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노량진 8구역(아크로리버스카이)은 다음달 분양을 앞두고 있습니다. 8개 구역 정비사업이 모두 끝나면 노량진뉴타운은 총 9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주거단지로 거듭날 전망입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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