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팀이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 상용화의 핵심 난제로 꼽혀온 공정 제어 문제를 해결할 새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에 쓰이는 진공 증착 방식으로도 고효율·고색순도 발광소자를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향후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개발에 활용될 기술로, 연구팀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연구 협력도 진행한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이태우 재료공학부 교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무엘 D. 스트랭크스 교수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내는 진공 증착형 페로브스카이트 발광다이오드(PeLED)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나노기술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효율적으로 내고 색을 선명하게 구현할 수 있어 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로 주목받는다. 재료비가 낮고, 기존 OLED 생산에 쓰이는 진공 증착 공정과 호환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진공 증착은 재료를 진공 상태에서 기화시킨 뒤 기판 위에 얇은 막으로 쌓는 제조 기술이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를 진공 증착 방식으로 만들 때는 결정이 빠르고 불균일하게 자라는 문제가 있었다. 여러 원료 물질이 기판 위에서 동시에 반응하며 결정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제어되지 않으면 여러 종류의 결정상이 뒤섞인다. 이 경우 박막이 고르지 않고 발광 효율과 색순도도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X-type 준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를 설계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X-type 스페이서 유기 분자는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이 무질서하게 자라는 것을 막고, 빛을 내는 데 유리한 구조가 선택적으로 형성되도록 돕는다. 단순히 첨가제를 넣어 성능을 높인 것이 아니라, 결정이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를 제어한 물질 설계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또 플루오린화 리튬과 X-type 유기 분자를 결합해 나노미터 크기의 ‘스캐폴드’를 만들었다. 스캐폴드는 결정이 자라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이 기판 위에서 무작위로 자라는 현상을 줄이고, 박막 전체에서 균일하게 성장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85% 이상의 광발광 효율을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만들었다. 이 박막을 적용한 PeLED는 21.9%의 외부양자효율과 16.8나노미터 수준의 좁은 발광 선폭을 기록했다. 외부양자효율은 LED가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효율을 뜻한다. 발광 선폭은 색이 얼마나 선명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좁을수록 색이 더 순수하다.
연구팀은 이번 PeLED가 대면적 기판과 유연 기판, 패턴화된 구조에서도 구현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초소형 픽셀에서도 높은 효율과 밝기를 낼 수 있어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AR·VR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차세대 색변환 픽셀층, 자발광 소자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진공 증착은 이미 OLED 생산의 핵심 공정으로 쓰이고 있다. 이번 기술은 기존 디스플레이 제조 인프라와 호환성이 높아, 새로운 생산 설비를 대규모로 새로 구축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LCD에서 OLED로 전환할 때보다 장비 투자 부담이 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공 증착 공정에서 페로브스카이트 전구체가 기판 위에서 반응하고 결정화되는 과정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X-type 준 2차원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기존 OLED 생산 인프라와 호환 가능한 진공 증착 공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고색순도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소자를 구현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디스플레이와도 관련 기술을 두고 연구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분야 세계적 석학으로 꼽힌다. 지난 2월에는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을 발광효율 100%를 유지하며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새 합성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하기도 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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