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격적인 탈락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이 2026 아이치·나고야(일본)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엔트리 수는 제한돼 있고, 대표팀 선수 구성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정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이민성 감독은 9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23명의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9명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됐고, 나머지 14명은 K리거로 이뤄졌다. 최대 3명을 24세 이상 선수들로 선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엔 이기혁(강원FC) 양현준(셀틱) 엄지성(스완지 시티)이 낙점을 받았다.
그야말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로 대표팀이 구성돼야 하는 상황. 그런데 올 시즌 K리그1 무대에서 맹활약하며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일부 선수들은 이번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 K리그 전체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상만 놓고 보면, 대표팀 승선은 물론 대회 주전으로 활약해도 손색이 없는 이들의 제외라 팬들도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 시즌 윤정환호 중원의 핵심인 서재민(23)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번 시즌 K리그1 16경기(1골 1도움)에 전 경기 선발 풀타임 출전 중인 미드필더다. 2024시즌 K리그2 영플레이어상 출신으로, 서울 이랜드에서 인천으로 이적하자마자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공수 양면에 걸쳐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1~15라운드를 바탕으로 뽑은 베스트 러너 톱6 1~3위를 휩쓸었고, 6위까지 더해 무려 톱6 중 4개 순위에 자리했을 정도다. 라운드별 베스트러너 1위도 무려 7회, 개막 후 '전 라운드' 톱6에 자리하고 있다.
윤정환 인천 감독도 서재민에 대해 "2부와 1부는 많이 다를 텐데 '정말 단단한 각오를 하고 왔구나, 준비를 하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지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미 지난달엔 태국 원정길까지 올라 시험대에도 올랐다. 그러나 정작 서재민은 이민성 감독의 외면을 받으며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03년생인 그에게 이번 대회는 마지막 아시안게임 기회이기도 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K리그1 선두' FC서울의 손정범(19) 역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제외다. 그는 올 시즌 13경기(선발 9경기)에 출전해 1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서울 유스인 오산중-오산고 출신으로 올해 우선 지명을 통해 콜업됐다. 그럼에도 김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서울의 주전 자원으로 도약했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답지 않게 여유와 침착함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미 잉글랜드 등 유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재능이기도 한데, 이민성 감독은 그를 외면했다.
이밖에 어린 나이에도 이례적으로 지난 시즌부터 소속팀 주전 골키퍼로 활약 중인 한태희(22·대구FC)나 유럽파 김민수(20·지로나), 윤도영(20·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등도 이민성 감독의 외면을 받아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된 선수들이다. 물론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대회 차출에 관한 소속팀 협의가 필요했으나, 올해 아시안게임 기간이 9~10월 A매치 기간과 대부분 겹치는 만큼 소속팀의 '차출 거부'가 변수가 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이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자격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K리그 전체를 통틀어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탈락한 데다, 심지어 병역 문제를 해결한 선수가 같은 포지션에 발탁된 사례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임에는 분명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물론 대표팀 구성은 이민성 감독과 코치진만의 권한이지만, 발탁이든 제외든 이해가 안 가는 선택들이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서 "예민할 수밖에 없는 병역 문제가 걸린 대회인 만큼 결과가 안 좋으면 후폭풍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성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구성에 대해 "지난해부터 체계적인 준비 과정을 이어 왔고, 다양한 국제경기를 통해 선수 개개인의 경쟁력과 팀의 전술적 완성도를 면밀히 점검했다. 이 경험들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축구의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했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안컵 이후 진행된 두 차례 소집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과 성장 정도를 다시 평가했고 여러 조합을 실험하면서 팀의 조직력과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 모든 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현재 이 연령대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단기 토너먼트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들로 최종 명단을 구성했다"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쟁했지만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23명)
- 골키퍼 : 김민승(파주 프런티어FC), 김준홍(수원 삼성), 이승환(충북청주FC)
- 수비수 : 김지수(브렌트포드FC·잉글랜드), 강민준(포항 스틸러스), 박경섭(인천 유나이티드), 박성훈(FC서울), 배현서(경남FC), 신민하(강원FC), 최석현(울산HD), 최우진(전북 현대)
- 미드필더 :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배준호(스토크시티FC·잉글랜드), 양현준(셀틱FC·스코틀랜드, WC), 엄지성(스완지 시티·잉글랜드, WC), 양민혁(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 이현주(FC아로카·포르투갈), 강상윤(전북 현대), 이기혁(강원FC, WC), 이승원(강원FC), 황도윤(FC서울)
- 공격수 : 김명준(KRC 헹크·벨기에), 이영준(그라스호퍼 클럽·스위스)
*WC : 와일드카드(24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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