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 "리스트 신보에는 잔잔한 서정성과 몰아치는 연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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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 기자간담회...<리스트> 발매 기념
데카 클래식에서 낸 세 번째 앨범..."넘어야 하는 산"
"화려함 속에 있는 목소리와 서정성 나타내고 싶어"
15일부터 전국 투어도...30일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자신의 ‘중2병’을 다시 마주할 때가 있다. 중학생 2학년 즈음이 되면 자아도취가 강해지는 그 현상을 세상이‘병’으로 부른다는 건 극복해야 할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리스트에 중2병의 추억이 담겨 있을 법하다.

7일 서울 여의도 신영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선우예권은 이렇게 말했다. “전 중학생 때 리스트에 애착을 가졌어요. 그런데 유학 가고선 20대 중반 이후로 리스트 곡들을 전혀 안 쳤어요. 칠 생각도 안 했죠.”

7일 서울 여의도 신영아트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앨범 <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7일 서울 여의도 신영아트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앨범 <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이날 그는 앨범 <리스트>를 냈다. 데카 클래식에서 낸 자신의 세 번째 앨범으로 중학생 때 푹 빠졌던 그 작곡가를 소환했다. 20대엔 왜 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과시적이거나 보여주기 식이 많아 깊이나 내적인 걸 느끼지 못했다”며 “중학생 때는 그게 즉각적이어서 끌렸던 게 있다”고 답했다. 그럼 왜 다시 리스트일까. “가득한 화려함 속에 있는 인간적인 목소리와 서정성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중학생 추억 담긴 리스트, 20여년 지나 재회

데카 클래식과 함께한 선우예권의 앨범을 살펴보면 그의 음악 인생이 어느 정도 보인다. 2020년 낸 첫 앨범 <모차르트>는 그가 미국 유학을 떠난 15세에 만났던 스승이 가장 사랑하던 작곡가였다.

선우예권이 이 스승에게 처음 칭찬받은 곡도 모차르트. 2023년 앨범 <라흐마니노프, 리플렉션> 을 냈을 땐 기교에 감정적인 표현도 녹여낼 수 있다는 30대 피아니스트의 자신감이 투영됐다. 이번 새 앨범은 중학생 시절 기교적인 면에서 매료됐던 리스트의 음악에서 깊이를 찾고자 한 시도다. 리스트는 “에베레스트까진 아니어도 넘어서야 하는 산”이라고.

7일 서울 여의도 신영아트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앨범 <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7일 서울 여의도 신영아트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앨범 <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주변에서도 그에게 리스트를 추천했다. 선우예권 스스로도 현재 추구하는 음색과 잘 어울린다고 봤다. “라흐마니노프의 경우는 내성이 꽉 차 있고 무게감이 있는 소리예요. 반면 리스트는 질량이 조금 더 가볍다고 할까요. 공기에 소리를 띄우는 듯하죠. 전 소리를 조금 띄워서 내는 편이거든요. 비눗방울이나 굉장히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알, 살짝 건드려도 깨질 것 같은 와인잔 같은 투명함을 추구하는데 그 느낌이 리스트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 기교만 좋았던 학생”이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선우예권은 중학생 시절과 지금의 리스트가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했다.

“헝가리안 랩소디(광시곡)를 연주해봤던 걸 돌이켜서 상상해보면 군더더기 없이 잘 쳤던 것 같아요. (제가) 쇼팽 에튀드나 발라키레프 ‘이슬라메이’를 녹음한 걸 들어보면 어떻게 저렇게 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템포로 실수 없이 쳐서 신기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리스트도 그랬을 것 같아요. 지금은 20년이 더 흘렀으니 더 내적인 게 많이 들어가고 하려는 것도 많으니 드라마의 차이가 극심하게 나지 않을까 싶네요.”

7일 서울 여의도 신영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앨범 <리스트>에 담긴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7일 서울 여의도 신영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앨범 <리스트>에 담긴 곡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출처. 유니버설뮤직.

“잔잔한 서정성과 몰아치는 연주” 한 앨범에

새 앨범엔 노래한다는 느낌으로 11곡을 담았다. “잔잔한 서정성과 한꺼번에 몰아치는 연주가 공존한다”는 선우예권의 설명처럼 다채로운 감정선을 경험할 수 있는 레퍼토리 구성이다. ‘고타 군주들의 묘지 섬’을 비롯한 처음 세 곡이 명상적인 분위기라면 다음 세 곡은 ‘물레 돌리는 그레첸’, ‘물방앗간 청년과 시냇물’ 등 내밀하게 속삭이는 듯한 가곡들을 담았다. 이어 ‘헌정’. ‘데사우의 노래들’ 중 ‘유혹’으로 유혹의 손길을 건넨다. 악마적인 기교를 만끽할 수 있는 ‘메피스토 왈츠’ 1번도 넣었다. “마지막엔 이 모든 걸 포용하는 헝가리안 랩소디입니다. 커다란 피날레를 장식하는 곡이죠.”

녹음은 베를린 달렘에 있는 예수그리스도 교회에서 했다. 지휘자 카라얀이 1960년대 베를린 필하모닉과 수차례 녹음했던 역사적 공간이다. 선우예권은 이 장소에 대해 “적절한 울림과 교회 특유의 음향, 공간감이 잘 살았다”며 “교회 자체가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몰입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베를린 달렘에 있는 예수그리스도 교회. /사진출처. 달렘 예수그리스도 교회 SNS.

베를린 달렘에 있는 예수그리스도 교회. /사진출처. 달렘 예수그리스도 교회 SNS.

베를린 달렘에 있는 예수그리스도 교회. /사진출처. 달렘 예수그리스도 교회 SNS.

베를린 달렘에 있는 예수그리스도 교회. /사진출처. 달렘 예수그리스도 교회 SNS.

앨범 발매를 기념해 리사이틀 투어도 한다. 오는 15일 익산을 시작으로 대구, 성남, 창원, 울산, 양산 등을 돈다. 방점은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찍는다. 레퍼토리로는 1부에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을 연주한 뒤 2부로 이번 앨범에 수록한 ‘리골레토 패러프레이즈’, 헝가리안 랩소디 2번, 메피스토 왈츠 1번 등을 연주한다.

선우예권은 “슈베르트가 내재된 순수한 감정을 노래한다면 리스트는 그 노래에 색감을 많이 입혀 더 극적으로 만드는 작곡가”라며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상반되는 게 극대화되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선우예권은 앨범에 담은 곡들이 “모두 주옥같다”며 취재진에게 앨범을 들어봤는지 묻기도 했다.

“궁금해요.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어떤 감정을 받아들이셨을지. 좋든 싫든 흥미롭다고 느껴요. 싫으면 그 이유가 있을 거고 저도 반박할 수 있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모든 걸 했죠. 리스트 앨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우예권 "리스트 신보에는 잔잔한 서정성과 몰아치는 연주 공존"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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