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사회의 노사관계는 때 이른 무더위만큼이나 성과급 문제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성과급을 둘러싼 파업 사태가 노사합의로 원만히 마무리되었음에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여전히 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다. 성과급이 이제는 단순한 보상의 문제를 넘어 노사관계 전체를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성과급 지급 논란은 ‘얼마를 줄 것인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줄 것인가’라는 문제가 뒤따르고, 그 지급조건이 경우에 따라서는 부당노동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법률적 위험도 있다. 임금보다 더 얹어 주는 돈이 어떻게 사용자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것일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는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 있지만, 최근의 두 판결은 그 경계가 결코 추상적이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먼저 성과급의 '지급요건' 자체가 문제 된 사례다(서울행정법원 2026. 2. 13. 선고 2024구합75659). 사용자가 경영성과급 지급 요건을 사실상 만근에 가까운 근무일 225일로 정하면서 쟁의행위 참여 기간을 근무일수에서 제외하여, 쟁의에 참여한 조합원 대부분이 성과급을 받지 못하였다. 법원은 배제된 직원 대부분이 쟁의 참가 조합원이었던 점, 적지 않은 금액이 향후 쟁의행위에 위축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비례 삭감 등 불이익 완화 대안이 있었음에도 전액 미지급을 택한 점을 종합하여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였다. 성과급이 근로의 직접적 대가가 아니더라도 그 지급요건이 합리성을 잃으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복수노조 병존 하의 개별교섭 국면에서 나온 대법원 판결이다(대법원 2019. 4. 25. 선고 2017두33510, 유사 참고판결로는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다200386 판결). 사용자가 개별교섭 중 한 노동조합과만 '무쟁의 타결 격려금'을 그 조합원에 한하여 지급하기로 합의하였고, 해당 노조가 이를 가입 유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상대 노조 조합원 일부가 이탈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차등 지급이 교섭 중이던 상대 노조의 쟁의행위 결정 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단체교섭을 방해할 의도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보아, 사용자의 중립의무를 인정하며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두 판결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성과급이나 격려금은 본래 사용자의 재량 영역에 속하지만, 그 재량이 노동조합의 단결·교섭·쟁의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행사되는 순간 법적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와 인사담당자는 성과급을 설계·집행하기에 앞서 몇 가지를 반드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급 기준의 합리성과 일관성이다. 만근에 준하는 근무일수 요건처럼 사실상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기준은 아닌지, 종전부터 일관되게 적용되어 온 기준인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불이익을 완화할 비례적 대안의 검토 여부다. 쟁의 참가 일수만큼 비례하여 삭감하는 등 덜 침익적인 수단이 있었음에도 전액 배제를 택하였다면, 그 자체가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단하는 근거가 된다. 나아가 복수노조 사업장이라면 특정 노조에만 격려금을 약속하는 방식이 상대 노조의 단결을 흔드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없는지, 그 시기와 홍보 활용 가능성까지 살펴야 한다. 또한 기준의 도입 시점과 노조와의 협의 경위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쟁의 개시 이후 비로소 불리한 기준을 공지하였다는 사정은 사용자의 반조합적 의사를 추정하는 유력한 정황이 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그치지 않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여야 한다.
결국 성과급 제도의 설계는 보상 전략인 동시에 노사관계 전략이다. 성과급은 인재를 붙잡고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노사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보상은 곧 분쟁의 불씨가 된다. 성과급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지금, 기업의 보상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받고 있다. 더 주고도 책임을 지는 역설을 피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좋은 보상 제도란 더 많이 주는 제도가 아니라, 주는 이유와 과정을 누구에게나 떳떳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제도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1 week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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