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제주 항공권이 단돈 만원?…파격 할인 이유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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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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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쏘아올린 항공권 할인 경쟁으로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수익성 회복에 제동이 걸렸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항공사들의 연료비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항공권 운임이 하락하면서 대부분 LCC들의 2분기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LCC들의 항공권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일본 노선 항공권 가격대가 20만원 내외로, 제주 편도 항공권의 경우 1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말 무안공항 사고 영향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운임을 크게 낮춘 게 고착화되면서 성수기에도 항공권 가격이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해외여행 수요가 내수소비 둔화로 약해지면서 일본 대지진 우려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작년 말 무안공항 사고 이후 올 1분기 여객기 운항 안정성 강화에 집중하면서 운항평수를 전년 동기보다 14%가량 줄였다. 동시에 정비사와 조종사, 운항관리사 등 채용은 늘렸다.

이로 인해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3847억원, 영업손실 326억원, 순손실 32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특가 항공권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꾸준히 특가 항공권을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일본 노선의 경우 편도 기준 최저 4만2200원부터 구매가 가능하기도 했다.

제주항공이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에 나서자 다른 항공사들도 특가 프로모션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한 LCC는 올해 항공권 프로모션이 전년 대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쪽에서 과하게 가격 할인 경쟁을 했다고 해서 다른 항공사에 무조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흐름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사고 이후에 운임을 낮추면서 그때부터 시장이 좀 흔들리기 시작한 면이 있다”며 “일본 대지진설 등 외부요인 영향으로 전반적 여행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노선별 공급 경쟁이 벌어지면서 특가 프로모션이 경쟁적으로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작년 말 제주항공 참사 이후 LCC 탑승을 꺼리는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CC 총여객 수는 1614만611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별로는 제주항공이 22.6%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에어부산(-18.3%), 진에어(-3.1%) 순이었다. 반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총여객 수는 4% 늘어난 1299만626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는 2분기에도 계속됐다. 올해 2분기 국제선 여객 수는 226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국내 주요 항공사 대부분 여객 증가세를 보인 반면 제주항공의 국제선 여객은 180만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줄었다. 작년 연말 대형 참사 여파가 이어지면서 연초부터 매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LCC들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돌아왔다. 지난해 말부터 발생한 일련의 사고로 LCC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각 항공사마다 탑승객 확보를 위해 저가 티켓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다. 또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각 항공사들이 초특가 프로모션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2분기 출혈 경쟁과 고환율 등으로 국내 LCC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어부산은 영업손실 111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됐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실적 발표가 예정된 다른 LCC들도 적자가 예상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 호황기에는 모두가 좋아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프리미엄 경쟁력의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며 “LCC들은 근본적인 수요 기반이 흔들리고 있어 하반기에도 턴어라운드 기대감보다 재무 리스크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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