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관련 법률 용어와 피해자 보호 제도를 손질하려는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국회에서 ‘성적 수치심’을 ‘성적 불쾌감’으로 바꾸는 개별 법안들이 발의되긴 했는데,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관련 법률 10건의 용어를 한꺼번에 정비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것.
권 의원은 최근 가정폭력·스토킹 피해자의 보호기간을 대폭 확대하는 이른바 ‘피해자 보호 3법’도 잇달아 발의하며 피해자 중심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 의원은 지난달 30일 남녀고용평등법,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대부업법, 사회서비스이용권법, 청소년성보호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활동법, 항공보안법 등 10개 법률에서 사용되는 ‘성적 수치심’을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처음으로 여러 법률에 흩어진 용어를 일괄 정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앞서 국회에서는 성폭력처벌법과 철도안전법 등을 대상으로 같은 취지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며,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다른 법률까지 용어를 일괄 정비하는 것이 해석상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권 의원은 “‘성적 수치심’이라는 표현은 피해자가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을 느껴야만 성범죄 피해자로 인정받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고,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사법부도 용어 개선 필요성을 인정해 왔다. 대법원은 2020년 이른바 ‘레깅스 촬영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성적 수치심은 부끄러움뿐 아니라 분노·공포·무기력·모욕감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022년부터 양형기준의 ‘성적 수치심’을 모두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해 적용하고 있다.
권 의원은 “이번 법안을 계기로 ‘성적 수치심’을 ‘성적 불쾌감’으로 바꾸는 논의가 본격화되길 기대한다”며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권 의원은 최근 가정폭력처벌법·스토킹처벌법·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이른바 ‘가정폭력·스토킹 피해자 보호 3법’으로, 가정폭력과 스토킹 피해자의 임시조치·잠정조치·피해자보호명령 기간을 현행보다 대폭 늘리고 연장 횟수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전자발찌를 부착한 스토킹 가해자의 위치정보를 피해자 스마트워치와 연동하는 방안도 담았다. 지난 3월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해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의 일환이다.
권 의원은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되더라도 피해자가 안심하고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호조치의 기간과 연장 제한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며 “무감각한 법 조항과 법 적용으로 더 이상의 안타까운 희생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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